◀ Prev 1 2 3 4 5  ... 12  Next ▶

[야구타임스 | 이준목] 축구에서 4-4-2, 4-3-3 같은 포메이션에 따라 팀의 경기력이 달라지는 것처럼, 야구에는 타순 배치가 있다. 언뜻 보기에 그날 경기에 나설 9명의 선발 타자의 순서를 정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는 무수한 전략적 포석이 담겨있다. 시시각각으로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야구에서, 그날 특정한 선수를 몇 번 타순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김현수, 2010년 가장 주목해야할 4번 타자

올 시즌 프로야구의 핫 이슈는 바로 4번 타자가 될 전망이다. 보통 전통적인 개념의 4번 타자는 김태균(지바 롯데), 이대호(롯데), 김동주(두산) 같이 내에서 장타력과 득점력이 가장 믿음직한 거포가 배치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다. 팀의 색깔이나 감독의 전술적 스타일에 따라 기존의 통념을 뒤집은 새로운 형태의 4번 타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4번 타자 한명을 떠나 팀 전체 타순의 스타일을 바꾸는 나비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장 변화가 두드러지는 팀은 단연 두산 베어스다. 두산은 올 시즌 ‘타격천재’ 김현수를 4번으로 이동시키는 변형 타순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현수의 타순은 지난 시즌까지 붙박이 3번이었다. 4번은 ‘두목곰’ 김동주가 오랫동안 지켜온 그만의 자리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기존의 타순을 한 단계씩 내리면서 김현수를 4번, 김동주를 5번에 기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새로운 3번 타자로는 테이블세터지만 파워도 갖춘 고영민이다. 기존에 1,2번으로 구성되던 테이블세터진을 3번까지 확대하여 기동력이 빠르고 선구안이 좋은 선수들로 보다 공격적인 야구를 구사하겠다는 포석이다.

이 같은 변형 타순은 김경문 감독이 이미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구사했던 전략이다. 당시 한국은 이승엽을 4번, 김동주와 이대호를 5,6번으로 활용했다. 1~3번에는 이종욱, 이용규, 정근우, 이진영, 고영민 등 발이 빠르고 작전수행능력이 좋은 교타자형 선수들을 적극 활용했다.

김경문 감독 취임이후 소위 발야구가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은 두산이지만, 지난해는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빠른 야구를 시도할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다. 새로운 4번 타자 김현수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3할5푼7리의 고타율을 기록했으며 작년에는 23홈런(공동 11위)과 104타점(2위)을 동시에 기록하며 정교함과 파워, 그리고 해결사로서의 능력까지 두루 인정받았다. 시범경기에서도 4번 타자로도 녹록치 않은 방망이 솜씨를 과시하며 김경문 감독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LG와 넥센은 아직까지 고정된 4번 타자 없이 ‘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두 팀은 각각 지난해 팀의 4번을 전담하던 외국인 거포 페타지니와 브룸바가 모두 팀을 떠났다. 이들이 떠난 빈자리를 대신할 만한 대형 거포는 없지만, 고만고만한 중거리형 타자가 많다는 것이 특징. 관건은 누가 4번을 맡느냐보다 앞뒤로 어떤 ‘조합’을 꾸리느냐에 달렸다.

LG는 현재로서는 일본에서 돌아온 이병규가 일단 4번으로 유력하다. 이병규는 교타자지만 장타력을 갖추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4번을 친 경험도 있다. 페타니지 같은 전형적인 4번 타자 스타일은 아니지만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어 충분히 한몫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택근-이진영-박병호 등 언제든 3할과 20홈런 이상을 노릴 수 있는 중거리형 타자들이 앞뒤로 즐비해 굳이 4번 타자라는 상징성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넥센은 통산 283개의 홈런을 날린 15년차 베테랑 송지만이 1순위 후보로 꼽히지만, 많은 나이가 걸림돌이다. 덕 클락과 강정호, 황재균 등 호타준족의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앞뒤로 얼마나 지원을 해주느냐가 관건이다.

▶ KIA 최희섭, 롯데 이대호도 건재

KIA, SK, 롯데는 기존 4번 타자들의 아성이 견고할 것으로 보인다. KIA는 지난해 부활을 알린 ‘전직 메이저리거’ 최희섭이 있고, 롯데는 ‘빅보이’ 이대호가 건재하다. 현재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4번 타자로 꼽히는 두 선수는 올 시즌도 30홈런-100타점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최희섭은 지난해 ‘CK포’를 형성하며 시너지효과를 발휘했던 김상현이 겨울 훈련부족으로 페이스가 처져있는 상태라는 점이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K는 이호준의 무릎부상으로 시즌 초반 출전이 불투명함에 따라 지난해 ‘포스트시즌의 영웅’ 박정권이 4번에 무혈입성 할 전망이다.

김태균과 이범호가 모두 떠난 한화는 올 시즌 새로운 4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일단 2년 연속 23홈런을 날린 김태완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서 잔부상에 시달리며 시범경기에서도 아직 방망이 솜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믿을만한 거포가 부족한 한화 타선은 현재 전근표-최진행-송광민 등이 중심타선을 맡고 있지만 무게감이 타 팀에 비하여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어절 수 없다.

삼성은 타선 세대교체의 주역이던 최형우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박석민과, 부상에서 돌아온 최고령 타자 양준혁이 4번 자리를 놓고 경쟁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젊고 파워 넘치는 젊은 타자들이 많아 큰 걱정거리는 없을 전망이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 추신수의 1년 계약은 자신감의 또다른 표현!

☞ 이병규 해프닝으로 살펴본 프로야구의 ‘동명이인(同名異人 )’

☞ '양키스맨' 박찬호의 올 시즌 현실적인 목표는?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 Copyrights ⓒ 야구타임스(yagootime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Writer profile
author image
야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모든 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야구타임스!

댓글을 달아 주세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

[야구타임스 | 이준목] 개막을 앞둔 올 시즌 프로야구에 ‘스피드 업’ 비상이 걸렸다.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에 비하여 유독 경기시간이 길다는 것은 한국야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오랫동안 지적되어왔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경기당 평균 시간은 3시간 22분으로 일본(3시간 13분)이나 미국(2시간 52분)이나 비하여 훨씬 길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KBO는 지난해부터 경기시간 단축을 촉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에도 5회 종료후 실시하던 클리닝타임의 폐지, 투수들의 12초룰의 확실한 시행, 고의적인 경기 지연행위에 대한 엄격한 제재 등을 그 핵심으로 한 ‘2010년판 스피드 업 규정’을 지난 5일 발표했다.

여기서 가장 눈길을 모았던 건 단연 ‘12초룰’이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포수에게 공을 받은 뒤 12초 이내에 공을 던져야 하고, 타자도 한번 타석에 들어서서 양발을 고정시키면 임의로 타석을 벗어날 수 없다. 시간을 끌다가 12초를 넘기거나 임의로 경기를 지연시킬 경우, 심판의 경고를 거쳐 두 번째는 볼, 세 번째는 보크로 판정받게 된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창 열리고 있는 시범경기부터 이런 12초룰은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 두산 고창성이나 삼성 브랜든 나이트, SK 정우람 등이 12초룰 위반으로 경고를 받았다. 물론 대부분 1차 경고에서 그쳤고 시범경기였던 만큼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가볍게 넘어갔지만, 막상 시즌이 개막되고 난 이후에는 어떤 변수로 떠오를지는 알 수 없다. 아직 12초룰에 적응하지 못한 선수들이 많은 만큼 승부처에서 민감한 이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경기시간 단축 효과는 확실히 드러났다. 지난 주말 막을 올린 시범경기들은 모두 3시간 이내로 경기가 완료됐다. 실전이 아닌 시범 경기들은 다소 빠르게 진행된다는 일반적인 경향을 감안해도 지난 시즌보다 10여분 이상 단축된 효과다.

시간제한 규정은 사실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된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15초 혹은 20초 등으로 명목상의 규정은 존재했으나, 실전에서 그대로 적용된 경우는 드물었던 탓에 자연스럽게 사장되었다. 심판이 이를 일일이 제재하기도 어려웠고, 불필요하게 경기에 개입하려든다는 오해를 살수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KBO가 시간제한 룰을 철저하게 적용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상황이 달라졌다. 심판들이 직접 초시계를 재면서 에누리 없이 관리하다보니 달라진 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실 이 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막상 현장에서는 탐탁치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경기시간이 늘어지는 것을 막는 것과는 별개로 야구의 특성이나 선수들 각자의 개성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제도를 강행한 것에 따른 불만이었다.

12초룰은 투수에서 유리할까 아니면 타자에게 유리할까. 일단 투수들은 타자들이 일단 자리를 잡고나면 곧장 공을 던져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1~2점차 승부에서 장타력이 있는 타자를 상대할 경우, 설사 주자가 없는 상황이라도 투수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신중하게 사인이라도 몇 번 교환하려면 12초는 금방 지나가버린다. 경고를 받기 전에 빨리 던져야 한다는 부담감은 제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12초룰 도입과 함께 스트라이크존이 좌우로 넓어지면서 타자들도 볼을 맞추는데 애를 먹게 되었다. 특히 타석에 서기전에 예비 동작이 긴 선수들이나 스윙이 큰 거포들은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기존에는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선 뒤에도 헬멧을 고쳐 쓰거나 방망이를 고쳐 잡는 경우가 흔했고, 투수와 타자가 서로의 눈을 맞추면서 투구동작이 시작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12초룰 하에서는 타자들도 한번 타석에 들어서면 인플레이 상황이 되어 이유 없이 시간을 끄는 것이 금지된다. 투구동작이 간결한 투수라면 오히려 이를 역이용 할 수도 있고, 타이밍을 못 맞추는 타자들은 그대로 서서 삼진을 당할 확률도 높아진다.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새로운 제도로 인하여 이득을 보는 선수도 손해를 보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취지인 경기시간 단축에는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 반드시 빠른 것만이 능사인지는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야구는 ‘템포의 미학’이다. 축구나 농구 같은 러닝타임이 정해진 종목들과는 또 다르게, 경기의 흐름에 따라 완급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 야구의 매력이기도 하다.

민감하게 승부를 다투는 상황에서 투수들이 투구동작을 지체하거나 타자가 타석을 발을 빼는 것 같은 행동은 고의적인 지연이라기보다는 아니라 일종의 ‘신경전’이자, 경기의 템포를 조절하는 하나의 고단수의 작전으로 여겨졌다. 불필요하게 시간을 잡아먹는 행위에 대해서는 물론 엄격한 제재가 있어야겠지만, 분명한 기준이나 원칙 없이 단지 12초라는 짧은 시간에 기계적인 룰을 강요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다소간의 우려를 자아낸다.

PC 게임이라면 정해진 시간 안에 원하는 구질과 목표지점을 정하고 타자는 배팅 버튼을 누르면 그만이다. 하지만 실제 야구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투수와 타자간의 심리전과 볼배합 등 무수한 경우의 수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단순히 겉으로 보기에 빨리 던지고, 빨리 때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그 속에서는 투수와 타자, 감독과 감독 간의 치열한 두뇌게임과 지적 유희가 존재하는 것이 바로 야구의 세계인 것이다.

‘세상이 빠르고 편해졌지만, 좋아진 것은 결코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스피드업이라는 명분으로 시작된 제도가 과연 프로야구의 질적인 재미를 향상시키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 2010 프로야구, 부상없는 그라운드를 바란다!

☞ 2010시즌, 새로운 출발 알린 8개 구단의 과제는?

☞ 끝판대장 김성근의 '치열함과 감동사이'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 Copyrights ⓒ 야구타임스(yagootime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Writer profile
author image
야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모든 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야구타임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비밀방문자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010/03/12 14:58
[로그인][오픈아이디란?]

◀ Prev 1 2 3 4 5  ... 12  Next ▶
textcube textcube get rss

야구타임스

태터앤미디어'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37-9 에이스투빌딩 4층 등록번호 : 서울아00739 등록일자 : 2009년 1월 14일 발행인 : 한영 편집인 : 김홍석
Copyright 2009 (C)YagooTimes.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Tatter & Media. Designed by Qwer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