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넥센 히어로즈가 후반기를 앞두고 외야수 덕 클락(34)을 웨이버로 공시하고 대체 선수로 투수 크리스 니코스키(37)를 영입하기로 결정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니코스키의 영입은 김시진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김시진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카드 2명을 모두 투수로 보강하길 원했으나, 팀 사정상 무산되는 바람에 그 대안으로 클락과 재계약했다. 올 시즌 클락은 92게임에서 타율 .265, 12홈런 12도루 50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아직까지 4강 싸움을 포기하지 않은 김시진 감독의 입장에서는 전력보강을 위해서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클락보다는 확실한 선발투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대안이 니코스키여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니코스키는 지난해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했으며 4승 8패 평균자책점 3.78의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9월 SK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했다가 왼쪽 어깨부상을 당하면서 잔여경기에 더 이상 출장하지 못했고, 두산과의 재계약도 불발됐다. 넥센의 코칭스태프는 니코스키의 컨디션이 정상임을 확인했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넥센이 원하는 이닝이터로서의 역할을 해줄만한 투수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클락은 한국에서 뛴 지난 2년 반 동안 .267의 타율과 더불어 58홈런 219타점을 기록했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과 도루를 기록했고, 2009년에는 20홈런-20도루도 달성했다. 타율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장타력과 스피드를 겸비했고 수준급의 수비력도 갖춰서 공수 양면에서 활용도가 높은 선수였다. 무엇보다 클락 본인이 성실한 성품으로 팀 동료들의 높은 신망을 얻고 있었다.
아무리 외국인 선수라고 하지만 어려운 시기에 팀을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해준 선수를 시즌 중반에 내치는 모양새는 별로 좋지 않다. 니코스키가 클락만큼 검증된 선수도 아닐뿐더러, 그나마 중심타선과 수비에서 제몫을 해주던 클락을 대체할만한 선수도 팀 내에 마땅치 않기 때문. 사실 넥센이 4강에 도전할 수 있을만한 전력이라 보기도 어렵고, 그만큼 절박한 경쟁 상황에 놓여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팀의 간판선수라던 황재균을 롯데로 깜짝 트레이드한데 이어 또 한번 팬들이 사랑하는 선수를 하루아침에 ‘팽’하는 넥센 구단의 행보를 보면서 과연 어느 선수나 팬들이 이 팀을 위하여 충성심을 보여줄 수 있을지 우려되기도 한다.
클락의 퇴출로 이제 올 시즌 한국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인 타자는 롯데의 카림 가르시아 한명밖에 남지 않았다. 역시 전력보강을 위해서는 타자보다 투수가 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국인 선수제도가 도입된 이래, 한국프로야구는 그동안 걸출한 외국인 타자들이 점령해왔다. 외국인 선수 최초의 MVP를 수상한 타이론 우즈를 비롯하여 스캇 쿨바, 클리프 브룸바. 펠릭스 호세, 제이 데이비스, 틸슨 브리또, 로베르토 페타지니 등은 국내 야구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이름들이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야구의 수준이 점점 향상되고, 거포형 타자보다는 확실한 선발 투수가 팀 전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각 구단들은 이제 경쟁적으로 쓸 만한 투수를 영입하는데 더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에서 보듯 올 시즌 국내에서 활약 중인 외국인 투수들의 성적은 카도쿠라나 히메네스, 사도스키 등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면 평균 이하에 가깝다.
90년대 후반 이승엽과 치열한 홈런왕 경쟁을 펼쳤던 우즈, 실력도 실력이지만 열정적인 경기매너로 숱한 화제를 모았던 '열혈남아' 호세,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스러운 행동으로 한화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데이비스같은 선수들은 국내 타자들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많은 볼거리를 제시했다.
가끔씩 배팅볼 투수만도 못한 구위로 본전 생각이 나게 만드는 외국인 투수들을 볼 때면, 문득 한국야구를 호령했던 걸출한 타자들이 오히려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정말 한국 프로야구에 있어 ‘외국인 타자 전성시대’는 그 종말을 고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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