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목 칼럼
2010/07/22 08:05
현진 있음에, "한화 팬이라서 행복해요!"
[야구타임스 | 이준목] "사람이 아닌 것 같다." 21일 대전구장을 찾았던 한화 팬들은 팀의 1-0 승리가 확정된 후 혀를 내두르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경기장에는 이날 완봉승의 주역인 '류현진'을 연호하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비록 팀 성적은 2년 연속 하위권을 멤돌고 있지만 오로지 그가 등판하는 날만큼은 선두 SK가 아니라 뉴욕 양키스나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부럽지 않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남자. 어떤 상황에서도 그가 등판하는 경기만큼은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만드는 사나이. 바로 에이스 중의 에이스에게만 부여될 수 있는 믿음이다.
"단 한명의 선수 때문에 팀 전체가, 그리고 7위 팀의 팬들이 이토록 행복할 수 있다는 것도 보기드문 일이다" 한화를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의 평가다. 팬들의 기대와 애정도 상상을 초월한다. 류현진의 등판 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의 달성 여부 정도는 이제 더 이상 이슈거리도 되지 못한다.

몇몇 한화 팬들은 지난해 김현수의 별명이었던 '사못쓰'(이런 4할도 못 치는 쓰OO)를 빗대어 '완못쓰'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의 "이런 완투도 못하는 쓰OO"란다. 사실 류현진은 올 시즌 프로야구 전체 투수를 통틀어 가장 많은 완투(5회)와 완봉(3회)을 기록하고 있는 투수다. 총 19번의 등판에서 8회를 마치기 전에 마운드에서 내려온 경기는 7번에 불과했다.
웬만한 선발투수라면 6이닝을 3실점 이하로만 막아줘도 찬사가 아깝지 쏟아지지만, 만일 그 대상이 류현진이라면 한화 팬들에겐 "오늘 우리 현진이 왜 이리 못했어?"가 화두가 된다. 심지어 류현진 본인 스스로가 7이닝 1실점을 하고도(14일 SK전) 인터뷰를 통해 "올 시즌 최악의 투구였다."며 자책했다는 망언(?)성 멘트를 날려 수많은 동료 선발투수들을 한순간에 '루저'로 전락시키기도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노히트노런이나 퍼펙트게임도 못하는 쓰OO’라는 소리를 들을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21일 대전 롯데전은 올 시즌 류현진이 보여준 숱한 매직쇼 중에서도 단연 백미였다. 상대가 현재 최강의 핵타선을 자랑하는 롯데였고, 그나마 류현진에 가장 강한 모습을 보였던 이대호가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이날 경기는 류현진의 QS 연속행진이 끊어질 수도 있는 최대의 고비로 여겨졌다. 여기에 류현진의 호투에 가렸지만 롯데 선발 역시 이재곤 역시 7⅔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며 이날 경기를 예측불허의 투수전 양상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류현진의 가치가 더욱 돋보이는 부분은 오히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더욱 강해진다는 점이다. 별다른 위기 없이 상대를 압도하던 류현진은 9회초 빗맞은 안타로 1사 1,3루의 위기를 맞이했다. 공교롭게도 중심타선으로 이어져 타석에 들어선 상대는 바로 MVP 경쟁자이기도 한 홍성흔과 이대호. 이보다 더 얄궂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류현진은 전혀 흔들리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타점 1위 홍성흔을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낸데 이어 마지막 상대인 홈런-타율 1위 이대호를 과감한 몸 쪽 승부 끝에 단 4구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스스로도 어이없어 하는 이대호와 롯데 선수들의 당혹스러운 표정,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로이스터 감독의 표정을 뒤로한 채, 류현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별다른 유인구나 도망가는 피칭 없이 시종일관 '힘 대 힘'의 정면승부로 상대를 압도하는 완벽한 구위가 돋보였다.
"물론 8회까지도 위력적이지만 마지막 9회 피칭을 보니 솔직히 이제까지는 마치 장난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투구수가 100개를 넘긴 상황에서 득점권에 주자들이 나가있고 점수는 1점차, 그것도 올해 최고의 타자들을 연이어 상대하면서도 이토록 대담한 승부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또 있을까. 집중력이 절정에 달했을 때 류현진의 전력피칭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새삼 실감했다." 현장에서 류현진의 구위에 영봉패를 당한 롯데 관계자의 말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개인 최고시즌을 넘어 프로야구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달성 기록을 25경기로 늘렸고, 다승(13승), 평균자책점(1.57), 탈삼진(147개)에서 모두 부동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관건은 이제 류현진의 저 엄청난 기록행진을 과연 어떤 팀이 막을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렸다. 류현진은 올 시즌 두산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구단에 모두 승리를 챙겼다. 두산전에서는 4월 29일 경기에 등판하여 1패만을 기록하고 있으나 8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2.25로 성적은 나쁜 편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리그 최악의 물방망이를 자랑하는 KIA전(1승 2패)에서 3경기에 등판하여 유일하게 3점대 평균자책점(3.00)을 기록하고 있다는 게 그나마 이변일 정도다.
많은 야구전문가들은 지금의 기세라면 "류현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성적에 대한 주변의 높은 기대로 인한 부담감이나 부상 같은 특별한 변수가 아니라면 트리플크라운은 물론, 전 경기 선발 QS라는 대기록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는 기대다. 그리고 류현진의 비상은, 구단 역사상 최악의 시련기를 헤쳐 나가고 있는 한화 팬들의 유일한 위안이자 자부심이기도 하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한화 이글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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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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