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넥센 히어로즈의 시범경기 돌풍이 매섭다. 말 그대로 아직은 시범경기일 뿐이지만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수확임에 틀림없다.

넥센은 올시즌도 하위권으로 평가됐다. 지난해에 비하여 뚜렷한 전력보강 요소는 많지 않은데 비하여, 올겨울을 강타한 선수장사 파동으로 이현승과 이택근, 장원삼 등 주축 선수들을 대거 내보냈기 때문.

물론 얻은 것도 있어서 주축 선수들을 내준 대가로 비교적 괜찮은 유망주들을 수혈했고, 한 시즌 구단 재정을 지탱해줄 스폰서를 구하는 복도 뒤따랐다. 어쨌든 온전히 야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과 동기부여를 조성했다는 점은 넥센에 있어서 불행 중 다행스러운 점이라 할만하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올 시즌 자신의 팀을 하위권으로 지목하는 세간의 시선에 대하여 서운함을 내비쳤다. 어쨌든 길고 짧은 건 대봐야안다는 것이 김시진 감독의 지론이다. 오기 때문에라도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다는 것이 김시진과 넥센 선수들의 자존심이기도하다.

야구가 투수놀음이라고 했을 때 결국 다음 시즌 넥센의 성적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도 마운드에 달렸다. 넥센은 지난해 5.40의 팀 평균자책점으로 전체 6위에 그쳤다. 막판 4강 다툼에서 밀리게 된 가장 큰 원인도 투수력의 붕괴에 있었다.

관건은 지난해 팀 내 최다승을 기록한 이현승과 장원삼 등 확실한 선발투수들을 잃어버린 넥센의 ‘뉴 에이스’가 누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최근까지도 넥센의 선발진은 베일에 가려져있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에서의 무한 경쟁을 거치며 서서히 선발 로테이션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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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진 감독이 예상한 개막 선발 로테이션은 일단 번사이드, 황두성, 금민철, 강윤구의 4인방이다. 여기에 김수경과 마일영, 박성훈 등이 5~6선발 자리를 놓고 경합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그 중 5선발 후보인 마일영을 한화로 보내고 마정길과 현금 3억원을 받아왔다. 현금이 포함된 탓에 언론과 팬들의 집중포화를 맞고 말았지만, 내용만 놓고 봤을 때는 ‘전력보강용 트레이드’라는 히어로즈의 말이 꼭 틀린 것만도 아니다.

문제는 저들 중에서 아직까지 확실하게 믿을만한 에이스 카드가 없다는 것. 지난해 선발과 마무리를 오갔던 황두성(8승 3패 9세이브. 3.51) 정도가 풀타임 선발로 10승 이상이 기대되지만, 김수경(6승 11패 6.67)이나 강윤구(3승 2패 5.51) 등은 모두 미흡했다.

그러나 김시진 감독은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스프링캠프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준 이적생 금민철과 박성훈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금민철은 지난해 두산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7승 2패, 평균자책 4.43을 기록했고 포스트시즌에서는 에이스로 활약한바있다.

박성훈은 지난해 삼성에서 20게임에 등판하여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 5.17의 좋지 못한 성적을 기록했으나, 넥센으로 이적한 이후 선발진입의 꿈을 키우며 스프링캠프에서 호투를 거듭했다. 김시진 감독 역시 시간을 들여서라도 이들만큼은 팀 내 선발진의 주축으로 키워보겠다는 각오다.

뭐니 뭐니 해도 올 시즌 히어로즈 마운드의 무게를 결정지을 주인공은 역시 외국인 투수 번사이드다. 좌완 투수인데다 강속구에 제구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번사이드에게 김시진 감독은 최대 15승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구위는 아직 100%가 아님을 감안해도 만족스러웠다는 평가다. 번사이드의 활용도에 따라 국내 투수들의 보직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번사이드가 확실한 중심을 잡아주고, 황두성과 김수경 등이 제 기량을 발휘해준다면 금민철, 강윤구, 박성훈 등의 성장과 함께 제법 안정적인 선발진을 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변수는 마무리 자리다. 지난해 넥센은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한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황두성(9세이브), 이보근(7세이브), 신철인(6세이브), 송신영(4세이브)이 돌아가면서 근근이 뒷문을 책임졌지만, 확실한 소방수의 부재로 역전패당한 경기가 부지기수였다. 김시진 감독은 전지훈련에서 마무리 후보로 거론되던 신철인과 조용준이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고전하자 자기관리의 책임을 들어 조기귀국 시키는 초강수를 두며 분위기 다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유력한 대안은 손승락이다. 2005년 현대에서 데뷔한 손승락은 통산 11승15패,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한 우완 정통파투수.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2007시즌을 쉰 뒤 이듬해 입대하여 경찰청에서 복무했고, 2009년에는 2군 리그에 복귀하여 8승 4패 평균자책 3.95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현대 시절에는 주로 선발로 뛰었지만 김시진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괜찮은 구속과 제구력을 보여준 손승락을 마무리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유사시에는 셋업맨 이보근(7승 7패 4세이브 4.47)도 마무리로 기용할 수 있는 후보다. 여기에 쓸만한 옆구리 투수인 마정길의 가세는 히어로즈의 투수진에 한층 힘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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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진 감독은 투수력이 받쳐줄 경우 4강까지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비록 지난겨울은 혹독했지만 지금의 넥센 히어로즈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정된 토양과 목표의식 위에서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김시진 감독의 자신감이 허풍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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