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지루했던 겨울이 지나고, 프로야구도 새로운 시즌의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지난해의 흥행 돌풍을 그대로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비롯해, 몇몇 과제를 안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2009시즌은 아마도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부상자가 한꺼번에 쏟아진 시즌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각 팀 전력의 핵심선수들만 줄줄이 쓰러지며, 신종 플루보다도 더욱 치명적인 ‘부상 경계령’이 8개 구단을 강타했다. 그것도 시즌을 아예 포기해야 할 만큼 심각한 것 일색이었다.

특히 지난해는 각 팀 간의 전력평준화로 인해 치열한 순위싸움이 벌어지던 해였다. 그런 상황에서 벌어진 주축 선수들의 부상은, 잘나가는 팀도 언제든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파괴력을 가졌다.

▲ 다치는 이유도 가지가지. 그러나...

2010시즌을 앞둔 프로야구는 지난해의 경험에 비추어 ‘위기탈출 넘버원’에 의뢰하여 별도의 부상 매뉴얼이라도 만들어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만큼 유독 경기 도중에 당한 부상이 많았고, 야구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건사고가 작년 한해에만 집대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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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KIA)가 외야 수비 도중 복사뼈 골절로 전반기를 날려야했고, 한화 김태균(현 지바 롯데)이 홈 슬라이딩 때 상대 포수와의 충돌에 이어 땅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뇌진탕을 일으켰다. 롯데 조성환은 투구에 얼굴을 맞고 광대뼈가 함몰되어 수술까지 받아야했고, 두산 이종욱은 동료 야수와의 충돌로 턱관절 골절상을 입어 선혈이 낭자한 참혹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여러 포지션 가운데서도 가장 힘들다는 ‘포수들의 수난시대’가 특히 심각했다. 삼성 진갑용은 경기 중 공에 맞아 손목이 골절 됐으며, SK 박경완과 LG 김정민은 아킬레스건 파열, 히어로즈 허준은 무릎인대 파열로 모두 일찌감치 시즌을 접어야했다.

SK 백업포수였던 정상호도 전반기 막판 홈 수비 도중 이대호와 충돌하여 한때 목뼈 염좌 진단을 받기도 했다. 경기 중에 당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강민호(롯데)도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이 악화되면서 전력에서 제외됐다. 8개 구단 중 포수진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었던 팀은 손에 꼽을 정도다.

포수 못지않게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포지션이 투수였다. 오승환(삼성)과 한기주(KIA)가 각각 어깨와 팔꿈치에 이상이 생기면서 전력에서 이탈했다. SK는 채병용이 시즌 아웃되고 정대현마저 허리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에이스 김광현마저 경기 중 상대 타구에 왼쪽 손등을 맞아 앰뷸런스에 실려 그라운드를 떠났다. 김광현은 최근 스프링캠프 기간 중에 팔꿈치 이상이 발견되어 많은 구단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부상 자체가 많기도 했지만, 유독 치료와 재활에 오랜 시간이 요구되거나 상태가 심각한 ‘중상’이 많았다는 것이 더욱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부상 악재에 따라 각 팀들의 명암도 엇갈렸다. 시즌 초반에는 KIA와 롯데가, 5~6월에는 두산과 한화가 직격탄을 맞았고 7월 이후로는 SK와 삼성이 줄줄이 부상에 쓰러지며 치명타를 맞기도 했다.

이중 SK나 KIA, 두산처럼 대체선수들의 분전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선전한 케이스가 있는가 하면, 한화나 삼성은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이기지 못하고 각각 꼴찌 추락과 4강 진출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어야만 했다.

삼성이 롯데-히어로즈와 치열한 4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점에서, 오승환에 이어 양준혁, 박진만 등이 이탈하지 않았더라면? SK가 박경완과 김광현의 공백 없이 한국시리즈를 치렀더라면? 물론 현실 세계에서 ‘만약’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운명이 어떻게 바뀌었을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 부상, 천재(天災)인가, 인재(人災)인가?

이러한 부상 릴레이를 단순히 운이 없다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법이다. 어쩔 수 없이 당하는 부상도 있지만, 한편으론 격렬한 승부의 세계에서 경기가 과열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면 의도하지 않은 부상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팀 승리를 위한 열정은 좋지만 한편으로 지나친 의욕 때문에 당하지 않아도 될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선수들이 승부욕을 발휘하다보니 무리한 플레이를 펼치다가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수비에서 과도한 허슬플레이를 시도하거나, 투수들이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칠 정도의 몸 쪽 승부를 펼치고, 주루플레이 도중 상대 선수와 충돌하는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쏟아진 부상 릴레이 중 절반 가까이는 '기본'을 지키기만 했어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수비시에 야수들 간의 기본적인 ‘콜 플레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홈 송구시 주자가 베이스로 파고들어올 공간 자체를 차단하여 충돌을 자처하고, 제구가 안 되는 투수가 몸 쪽 승부구를 고집하다 몸에 맞는 공을 남발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한 지난해처럼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국제대회(WBC)에 참가했던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우, 피로누적으로 인한 체력부담이 부상위험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4년 전 제1회 WBC 때도 대표팀에 합류했던 선수들이 정작 시즌 개막이후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제2회 대회가 있었던 작년에는 유독 심각한 부상자까지 속출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종욱, 이용규, 윤석민, 박경완, 이택근, 이범호, 김태균, 강민호, 김광현 등은 모두 지난해해 WBC에 참가했던 선수들이다. 김현수(두산) 같은 경우는 지난 시즌 개막초반인 4월초에 “벌써 100경기는 치른 느낌이다”며 체력적인 부담을 고백한 적도 있었다.

부상예방도 중요하지만 부상자가 발생했을 경우의 후속조치는 더욱 중요하다. 최근 10년여의 투병 끝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임수혁의 사례에서 보듯, 경기장내 응급구호 시스템의 구축은 지금도 요구되고 있는 야구계의 현안이다.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개선해야할 될 숙제는 많다.

부상자의 속출은 선수들의 생명을 위협할 뿐 아니라, 프로야구의 전체적인 경기력 저하로도 이어진다. 팀의 승리를 위해 몸을 날리는 허슬플레이도 좋지만, 아끼는 선수들이 비명에 쓰러지는 모습도 팬들은 원하지 않는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위험하지 않고, 선수들 간의 상호 동업자정신과 페어플레이 의식을 통하여 깨끗한 감동을 주는 플레이를 원하고 있음을 늘 잊지말아야할 것이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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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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