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프로야구에서 강타자의 척도를 나타내는 기준 가운데는 ‘3-30-100클럽’이라는 것도 있다. 한 시즌에 3할대 타율과 30개의 홈런, 그리고 100개 이상의 타점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를 의미한다.

한 시즌 20승과 2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 그리고 세 자릿수 탈삼진이 투수들의 로망이듯, 3-30-100클럽은 강타자들에게 있어 꿈의 기록이다. 위대한 기록인 만큼 넘보기도 쉽지 않다.

단지 안타만 잘 때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 장타력도 있어야하고, 찬스에서 확실히 결정을 지을 수 있는 클러치 능력도 요구된다. 보통 장타력이 좋은 거포들이 타율 3할을 넘기기란 쉽지 않다. 또한 타점의 경우도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맹타를 휘둘러봤자 세 자릿수를 넘기기란 요원하다.

경기수가 많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3-30-100클럽은 쉽게 볼 수 없는 기록이다.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지난해 3-30-100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모두 6명, 144경기를 치르는 일본프로야구에서는 단 2명만이 이 고지를 정복했다.

메이저리그에는 웬만한 선수들도 평생 한번 달성하기 힘들다는 이런 3-30-100클럽을 연중행사처럼 넘나드는 괴물도 있다. 바로 ‘발전 없는 녀석’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가 그 주인공이다. 2001년에 데뷔한 푸홀스는 지난 시즌까지 무려 9년 연속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하는 괴력을 뽐냈다.

9년간의 통산 성적은 타율 3할3푼4리, 366홈런 1,112타점(평균 41홈런 124타점)에 달한다. 지난 시즌에도 47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왕에 차지한 것을 비롯해 타율 3할2푼7리 135타점으로 개인통산 3번째 내셔널리그 MVP를 거머쥐었다. 메이저리그의 경기수가 많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매 시즌 MVP급 성적을 꾸준히 계속하고 있는 푸홀스의 위력은 그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경기수가 미국이나 일본보다 적은 한국에서는 3-30-100클럽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기록이다. 1991년 장종훈(35홈런 114타점 .345)이 처음으로 대기록의 문을 개척한 것을 시작으로 역대 한국프로야구에서 3-30-100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모두 14명(총 23차례)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3할-30홈런-100타점을 가장 많이 달성한 것은 '국민타자' 이승엽(요미우리)이다. 이승엽은 97시즌부터 전무후무한 3년 연속 3-30-100을 기록했고, 2002년부터 다시 2년 연속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는 심정수가 3회로 이승엽의 뒤를 따르고 있고, 마해영-호세-우즈가 2번, 김동주, 박재홍, 데이비스, 브룸바, 홍현우가 1번씩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올해 일본무대로 진출한 '별명왕' 김태균조차 3할-30홈런-100타점 클럽에 가입한 적이 없을 정도로 쉽지 않은 기록이다. 김태균은 몇 차례나 이 기록에 근접했으나 2003년과 2008년에는 타점이, 2004년과 2005년에는 각각 홈런이 모자라 눈앞에서 고배를 마셔야했다.

역대 가장 많은 3-30-100클럽 달성자가 쏟아져 나온 것은 리그 역사상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으로 기억되는 1999년이다. 마해영, 심정수, 데이비스, 호세, 이승엽, 양준혁, 홍현우까지 무려 7명의 선수가 대기록을 달성했다. 타고투저의 시대였던 98년부터 2003년까지의 6년 동안 역대 3-30-100클럽 기록의 78%에 해당하는 18회가 몰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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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의 브룸바(33홈런 105타점 .343)를 끝으로 리그의 전반적인 흐름이 ‘투고타저’로 바뀌며 3할-30홈런-100타점 클럽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었다. 그리고 지난 시즌 KIA의 막강 CK포 최희섭과 김상현에 의하여 다시금 부활했다.

최희섭은 지난해 33홈런 100타점 타율 .308을 기록했고, 김상현은 36홈런 127타점 타율 .315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지난해 KIA의 전체 팀홈런 156개의 44%, 팀타점 671개의 34%를 차지하는 엄청난 수치였다. 프로야구를 강타한 10년만의 타고투저 바람과 133경기로 늘어난 경기수의 증가도 기록달성에 영향을 미쳤다.

한 팀에서 3-30-100클럽 달성자가 동시에 배출된 것은 역대 단 4차례뿐이었다. 1999년 롯데의 마해영과 호세, 해태의 홍현우와 양준혁, 2000년 두산의 우즈와 김동주, 그리고 2002년 삼성의 이승엽과 마해영까지. 이들은 모두 막강한 위력을 뽐낸 듀오로 이름을 날렸다.

김상현과 최희섭은 이승엽-마해영 이후 무려 7년 만에 한 팀에서 놀라운 기록을 작성한 주인공이 됐다. 뛰어난 타자들이 한 팀에 공존할 경우 기록을 의식하여 경쟁의식이 붙을 법도 하건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로 시너지효과를 발휘한 이들의 폭발력은 역대 프로야구를 통틀어 손꼽히는 중심타선 조합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지난해 프로야구를 휩쓴 타고투저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3-30-100클럽에 도전장을 던질 후보군들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최희섭과 김상현은 프로야구 사상 이승엽과 심정수, 단 2명밖에 없는 2년 연속 3-30-100클럽에 도전한다.

이들을 제외하고 가장 가능성 있는 선수 1순위는 ‘빅보이’ 이대호다. 지난 시즌 생애 최초로 100타점을 넘겼으나, 타율(.293)과 홈런(28개)이 근소하게 모자랐다. 이대호는 2006년에는 타격 3관왕(타율-홈런-타점 1위)을 차지했을 만큼 방망이 실력은 이미 검증된 선수지만, 아직까지 30홈런 이상은 한 번도 기록해보지 못했다. 1루수로의 완전한 전업이 예상되는 올 시즌에는 수비부담을 덜고 공격에서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두목곰' 김동주는 2000년 3-30-100클럽을 한차례 달성한바 있지만 최근 몇 년간 장타력이 떨어지며 6년째 20홈런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타격머신' 김현수는 특유의 타격능력에 최근에는 파워와 경험까지 붙고 있어 아마도 2~3년 내에, 어쩌면 당장 올해 이 기록을 달성하며 팬들을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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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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