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목 칼럼
2010/02/05 11:02
'불운남' 윤석민, 올해는 '럭키가이'가 될 수 있을까?
[야구타임스 | 이준목] 한때 그의 별명은 '어린이' 또는 '소년 가장'이었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카리스마나 무게감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지나치게 평범하고 순박해 보이는 외모는 길을 가다가 한번쯤 마주치는 동네 동생 같은 친근함을 먼저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실제로의 그는 현재 대한민국 전체를 통틀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고의 투수 중 한명이다. 올림픽과 WBC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 출전하여 한국의 에이스로 활약했고,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지난해는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도 품에 안았다. 야구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벌써 양손에 거머쥔 듯한 이 남자가 더욱 무서운 것은, 그가 아직도 앞날이 창창한 24세의 청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윤석민(KIA, 24)이 2010시즌의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면서 의욕에 불타고 있다. 다가오는 시즌에는 로페즈에게 내주었던 팀 내 최고 에이스의 명예를 되찾고,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맞이하겠다는 각오다.

겉으로 보기에는 엘리트 코스만을 걸어온 듯한 윤석민이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아쉬움이 더 많았다. 2005년 데뷔한 윤석민은 일찍부터 KIA 마운드의 될성부른 떡잎으로 주목받으며 짧은 시간에 가파른 성장을 거듭했지만, 유독 승운이나 상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윤석민이 프로무대에 데뷔하던 시기는 KIA가 '엘롯기 동맹'의 일원으로 평가받으며 구단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를 보내던 시절이었다. 윤석민은 데뷔하자마자 팀이 꼴찌로 내려앉는 걸 지켜봐야했다.
윤석민의 진정한 불운은 2007시즌이 그 절정이었다. 전년도에 5승 6패 9홀드 19세이브를 기록하며 KIA 마운드의 전천후 마당쇠로 떠오른 윤석민은, 2007년 팀 선발 로테이션에 당당힌 진입하며 역대 최다인 162이닝을 소화하고 28게임에서 평균자책 3.78을 기록하는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윤석민이 시즌 종료 시에 거둔 승수는 단 '7승'에 불과했다. 그 대신 무려 18차례나 패전의 멍에를 짊어지며 최다 패전 투수에 이름을 올려야했다. 혹시 승패 기록이 바뀐 것이 아니냐고 착각할법한 이 성적표는 당시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KIA 타선의 빈약한 타점지원과 '꼴찌팀 에이스'의 숙명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KIA는 그해 또다시 최하위에 머물렀고 윤석민의 활약은 빛이 바랬다.
윤석민은 2008시즌 14승 5패 평균자책 2.33으로 생애 첫 두 자릿수 승수와 더불어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거머쥐며 그간의 불운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해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다. 윤석민의 상승세는 이듬해 WBC까지 이어져서 4강 베네수엘라전에서는 전원 메이저리거들로 구성된 상대의 강타선을 꽁꽁 틀어막으면서 한국의 결승 진출에 최대 수훈갑을 세웠다. 바야흐로 '윤석민의 시대'가 만개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연이은 국제대회 참가의 후유증이었을까. 윤석민은 2009시즌 초반부터 잔부상과 슬럼프로 컨디션 난조에 빠졌고, 설상가상으로 주전 마무리 한기주의 난조까지 겹쳐 임시 마무리로 보직 변경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팀의 1선발 투수로서 불펜행의 명령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었겠지만, 윤석민은 팀의 사정을 고려하여 기꺼이 임무를 받아들였다.
윤석민은 시즌 후반기 선발로 복귀, 눈부신 역투로 가파르게 승수를 추가하며 2년 연속 10승 달성과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눈앞에 두는 듯 했다. 하지만 9월 5일 두산전에서 3.1이닝 동안 무려 10실점 하는 난타를 허용하며 윤석민의 두 자릿수 승수와 타이틀 2연패의 꿈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윤석민의 2009시즌 성적은 9승 4패 7세이브 평균자책 3.46, 초반의 보직변경과 잔부상만 아니었다면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 성적표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윤석민은 승부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었던 6차전에서의 부진으로 아쉬움을 남겼고, 결국 팀 내 에이스로서의 영광을 로페즈에게 양보해야했다. 비록 윤석민이 주역이 되지는 못했지만 팀은 12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명가재건에 성공했으니 윤석민으로서는 길흉화복이 엇갈렸던 2009시즌이라 할만하다.
윤석민은 김광현, 류현진과 함께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최고의 20대 에이스 3인방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 중 가장 데뷔가 빨랐던 윤석민은 그간 승운과 타격지원이 따르지 않아 기록에서 많은 손해를 봐야만 했다.

올해 6년차가 되는 윤석민이 지난 5년 동안 챙긴 승수는 고작 38승. 이것은 데뷔가 1년 늦었던 류현진의 62승에 비교하면 매우 큰 격차이며, 2년 늦게 데뷔한 김광현(31승)보다는 겨우 7승이 많을 뿐이다. 윤석민의 통산 평균자책점이 3.19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윤석민이 얼마나 불운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KIA는 지난 시즌의 우승을 바탕으로 명가재건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동안 빛을 발하지 못했던 유망주와 베테랑들의 각성으로 KIA 타선은 이제 필요한 득점은 반드시 올려주는 끈끈한 타선으로 거듭났다. 따라서 이제 윤석민이 눈물을 흘려야할 일은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구톰슨의 재계약 실패로 인한 선발진의 공백은 윤석민이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걸고 메워야한다.
윤석민은 이제 소년가장이라는 짐을 벗어 던지고, 디펜딩챔피언의 일원으로 진정한 전성기를 기약하고 있다. 병역면제 혜택까지 받은 윤석민이 아쉬움으로 점철된 지난 5년간의 커리어를 만회할 시간은 충분하다. 새로운 시즌에는 더 이상 소년가장이 아닌, 럭키가이로서의 윤석민이 기대되는 이유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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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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