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사태로 돌아본 ‘팬2.0 시대’
[야구타임스 | 권철규] 이제는 인터넷이 우리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인터넷은 과거 정보수집, 홈쇼핑 등의 서비스 업체에서 제공해주는 콘텐츠의 일방 적인 사용에 한계를 넘어서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 배포하기 단계로 진화 하였다. UCC(Users Create Contents)로 대표되는 사용자 참여 중심의 인터넷 시대를 두고 우리는 흔히 웹2.0시대라고 부른다.
사용자의 의한 진화가 다만 인터넷 문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인터넷 동호회나 시민 단체 등, 본인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하여 사회 활동과 시민 활동에 참여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참여의 문화가 스포츠에도 점점 옮겨오고 있다.
흔히 스포츠는 대중의 참여가 가장 활발하고 쌍방향적인 성격이 강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를 놓고 본다면 그런 의견에 강한 물음표나 부정을 제기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프로 스포츠가 도입 된지 근 30여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팬들은 구단이나 협회에 의해 제공된 콘텐츠를 보고 즐기는 것이 전부였다.
팬들의 참여라고 한다면 시즌 종료 후 구단에서 마련하는 팬들과 선수들의 만남이나 팬 사인회 등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최근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프로 스포츠 팬들이 직접 현장에 참여(?)를 하는 등 또 다른 방식의 팬 심(心)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가까운 예는 롯데 이정훈의 연봉 협상 과정과 그 결과 후 반응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0년 연봉 협상 과정에서 구단과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이정훈은 이정훈은 구단으로부터 전지훈련 배제 통보를 받으면서까지 KBO에 연봉 조정 신청을 냈다.

프로야구 출범 이래 총 18번의 연봉조정 신청 사례 중 선수가 구단에게 승리한 것은 2002년의 유지현(현 LG 코치)이 유일무이했다는 사실을 비춰볼 때, 이번에도 ‘패배가 예정된’ 이정훈의 외로운 싸움이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의 등 뒤에는 팬 이라는 이름의 든든한 지원자들이 있었다.
롯데를 비롯해 8개 구단의 수많은 야구팬들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원하는 이정훈을 지지했다. 또한, 조정 신청을 냈다는 이유로 전지훈련까지 참가하지 못하게 하는 등 연봉 협상 과정에서 롯데 구단이 보여준 얄팍한 꼼수를 비난하기 이르렀다.
팬들의 움직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연봉 조정위원회 결과 예상대로(?) 구단 측 의견(7200만원)이 받아지자 이정훈의 희망연봉(8000만원)에 대한 차액(800만원)을 팬들이 채워 주겠다는 생각으로 모금운동까지 벌이기도 하였다.
물론 모금운동의 결과와 관계없이 당사자인 이정훈이 팬들의 돈을 받을 수 없다고 밝히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미 그에게 돈 800만원은 더 이상 중요치 않았다. 연봉 협상 과정에서 구단 측의 태도로 실망한 그의 가슴에는 돈 800만원으로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팬들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정훈의 경우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팬들의 참여도 있었다. 가을 잔치가 한창이었던 2009년 10월 중순 히어로즈는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선수 가운데 한 명인 전준호(현 SK 코치)를 자유계약 선수로 공시 하였다.
구단측은 전준호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변명했지만, 그것은 사실상의 방출이었다. 선수 생활의 연장을 꿈꾸던 전준호는 다른 팀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의 영입을 원하는 구단은 없었다. 그렇게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대도’는 은퇴식도 없이 쓸쓸하게 유니폼을 벗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팬들은 한국 야구의 전설이 그렇게 쓸쓸하게 떠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다. 소속 팀이었던 히어로즈의 팬들과 전 소속 구단인 롯데 팬들, 그리고 그를 아끼는 많은 야구팬들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 무엇보다 의미 있는 은퇴식을 준비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치곤 작은 규모, 그리고 그라운드가 아닌 곳에서 거행된 은퇴식. 화려한 조명이나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의 함성, 떠나는 그를 보내기 싫어 흘리는 수많은 팬들의 눈물은 없었다. 하지만 팬들이 준비한 은퇴식의 주인공이 된 전준호에게는 선수생활 동안 누렸던 수많은 영광만큼이나 그 은퇴식이 남다른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팬들의 현장 참여 및 현장을 향한 바른 목소리는 야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2009년 8월 피스컵 코리아 4강전이 끝난 후 심판과 협회에 대해 다소 격한 어조로 인터뷰를 한 FC 서울의 세뇰 귀네슈 감독에게 축구 협회는 벌금 1000만원 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 후 귀네슈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언론 인터뷰에 대해 태업 아닌 태업을 하였다. 본인의 솔직한 심정을 피력 한 것이 생각지도 못한 철퇴로 돌아온 것에 대한 분노였을까, 앞으로는 한국 축구를 위해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FC 서울의 팬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뒷짐 지고 지켜보지만 않았다. 그가 협회로부터 부과 받은 벌금을 대신 내겠다는 결심 하에, 그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제작하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이 통하면서 티셔츠는 불티나게 팔렸고, 결국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며 100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 귀네슈 감독에게로 전달되었다.
그리고 단단하게 얼어있던 귀네슈 감독의 마음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 내렸다. 자신 감독 경력 가운데 최고의 순간이었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3위를 달성한 것보다도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 표현했을 정도. 그의 마음을 되돌 것은 FC 서울 구단이나 협회가 아닌 항상 뒤에서 그를 응원 했던 FC 서울의 팬들이었다.
우리나라의 프로 스포츠는 탄생 초창기부터 지나치게 거친 경기관람 문화 때문에 비판을 받아왔지만, 현재에는 과거에 비해 많이 성숙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그 성숙된 관전 문화는 선수나 감독과의 관계에서도 우리사회 특유의 정이 결합되면서 가슴 뭉클한 장면을 종종 연출하고 있다.
사용자 제작 콘텐츠의 활성화로 인터넷 환경이 웹 2.0시대를 열어갔다면, 프로 스포츠에서는 팬들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스포츠 관람문화 2.0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올해는 또 어떤 일들로 팬과 선수가 하나 되어 서로의 가슴을 뜨겁게 해 줄지 기대가 된다.
// 야구타임스 권철규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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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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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팬으로 이정훈 선수 작년만큼만해서 내년엔 1억찍었으면..
2010/02/09 00:03글고 기사에 로페즈선수 언급하실줄 알았는데..ㅎ 없네요..ㅎ
어디 로페즈 뿐일까요..신인왕 투표도..쩝...
2010/02/23 13:15구단과 협회가 더이상 팬들을 물로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 로페즈 선수 호사방에서 트로피 보낸거 있잖아요.. 이번 이용훈 선수랑 비슷한 케이스 같아서요~ 행동하는 팬들이 많아질수록 언젠가 많은 것을 바꿀꺼라 생각합니다.
2010/02/23 20:50흠 그런일이 있었군요...제가 미쳐 몰랐네요...^^;
2010/02/24 0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