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목 칼럼
2010/01/29 11:49
제왕이 없는 춘추전국시대, 홈런왕을 향해 달려라!!
[야구타임스 | 이준목] 야구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홈런이다. 지난해 한국야구는 홈런으로 시작해서 홈런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한국야구는 정규시즌 동안 총 1155개의 홈런이 쏟아져 나왔으며, 이는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으로 기억되는 1999년의 1274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또한 지난해 한국야구는 사상 최초로 8개 구단 모두가 팀홈런 세 자릿수를 넘기는 진기록을 세우며 타고투저의 부활을 알렸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무려 48명이 나왔고, 20홈런 이상도 무려 18명에 달했다. 지난 2008년(22명-4명)이나 2007년(24명-7명)에 비하여 압도적인 증가세를 보인 셈이다. 한 경기에서 4~5개 이상의 홈런포가 터지는 것은 예사고, 일발장타로 경기의 흐름과 운명이 뒤바뀌는 경우도 속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시리즈의 운명도 홈런에서 갈렸다. KIA와 SK가 3승 3패에 팽팽하게 맞섰던 최종 7차전, 4회초 SK가 바람을 타고 넘어간 박정권의 선제 2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하며 5-1로 앞서나갔으나, 6회와 7회 터진 나지완과 안치홍의 홈런으로 동점, 그리고 9회에 다시 나지완이 극적인 끝내기 아치를 그려내며 시리즈의 운명을 뒤집어버렸다. '홈런의 가치'를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보여준 경기였다고 할만하다.

지난해 개인 최다홈런왕은 KIA의 김상현이었다. 시즌 초 LG 시절만 해도 팀 내 주전경쟁에서 밀려난 그저 그런 선수였던 김상현은 KIA로 이적한 후 리그 최고의 타자로 환골탈태하며 총 36개의 홈런포로 생애 첫 홈런왕에 올랐다. 이중 만루 홈런만 4개를 기록하며 한 시즌 최다 타이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홈런 전체 2위도 같은 팀의 최희섭이 쏘아올린 33개였다. 지난해 프로야구에서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김상현-최희섭 단 두 명뿐이다. 결과적으로 행복한 집안싸움을 벌인 셈. 두 선수는 무려 69홈런 226타점을 합작하는 괴력을 선보였는데, 새삼 'CK포'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두 선수는 다가오는 새 시즌에도 홈런왕을 놓고 경쟁할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지난해 '크레이지 모드'를 선보이며 처음으로 30홈런 고지를 넘겼던 두 선수가 올 시즌에도 지난해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승엽 이후 국내 프로야구에서 2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수상한 선수는 아직까지 없었다. 브룸바와 페타지니 등 지난해 눈에 띄는 장타력을 보여줬던 거포형 타자들이 모두 한국무대를 떠났기 때문에, 올해도 홈런 부문에서는 토종 선수들의 강세가 예상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각성'이 늦었지만 신체조건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다른 국내 선수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는 김상현과 최희섭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08년 홈런왕 김태균(지바 롯데)까지 일본무대로 진출하며 프로야구 거포 경쟁은 예년보다 더한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 조짐이다. 김태균은 홈런왕 타이틀은 한 차례 따내는데 그쳤지만 9년 동안 연평균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며 총 188개를 기록, 20대 선수 중에서는 가장 많은 홈런포를 쏘아올린 선수이기도 하다.
다음 시즌 김상현-최희섭과 함께 홈런왕과 도전할만한 경쟁자로는 이대호와 박정권, 김태완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외국인 거포로는 유일하게 잔류한 카림 가르시아도 도전장을 던질만한 선수로 꼽힌다.
이대호는 이미 2006년에 홈런왕 타이틀을 한 차례 차지한 적이 있으며 통산 홈런도 무려 154개로 20대 선수 중에서는 김태균에 이어 전체 2위를 기록 중이다. 최근 6시즌동안 5번이나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했을 만큼 꾸준하지만, 정작 30홈런 고지를 한 번도 넘겨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대호의 시즌 최다 홈런은 2007년에 기록한 29개다.
지난해 생애 최다인 25개의 홈런을 날리며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은 박정권이나, '김태균의 후계자' 1순위로 꼽히는 한화의 차세대 4번 타자 김태완, 삼성의 ‘새끼사자’ 박석민 등도 언제든지 기회만 주어진다면 30개 이상의 홈런을 날릴 수 있는 거포들이다.
최희섭-김상현의 팀 동료로 지난해 23개의 아치를 그리며 CK포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했던 나지완도 홈런왕 후보로 손색이 없다. 히어로즈의 강정호는 지난해 유격수로는 보기 드물게 20홈런을 넘겼고, 올해는 완전한 '거포형 유격수'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게다가 이들 중에서 김태완, 박정권, 나지완, 강정호 등은 모두 올해 병역혜택이 걸려있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과도 관련이 되어있기 때문에, 올 시즌 더욱 좋은 활약을 보여줘야 한다는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외국인 선수 중에서는 역시 지난 2년간 모든 선수들 가운데 최다인 59개의 홈런을 날린 카림 가르시아가 도전장을 내밀만한 선수다. 하지만 고질적인 약점인 선구안 부족으로 인하여 삼진이 세 자릿수를 넘기고 있는데다, 변화구 대처능력에 대한 문제점이 보완되지 않고 있어서 올해의 활약은 아직 미지수다.
‘잠실홈런왕’ 김동주는 홈구장이 아쉬운 케이스다. 김동주는 프로 12년간 개인통산 233개의 홈런을 날려 역대 개인 랭킹 11위에 올라 있지만, 거포의 이미지와 달리 정작 홈런왕과는 인연이 없었다. 김동주의 역대 최고기록은 3년차인 2000년에 기록했던 31개로, 전설의 클린업 트리오로 불리우는 우-동-수(우즈-김동주-심정수) 트리오가 함께 활약하며 시너지 효과를 얻었을 때다. 김동주는 2003시즌을 끝으로 최근 6년간은 한번도 20홈런을 넘기지 못하고 있어서 아쉬움을 더한다.

오히려 주목해 볼만한 선수는 지난해 타격머신에서 거포로의 변신 가능성을 보여준 김현수다. 김현수는 처음 타격왕에 올랐던 2008년에는 9홈런에 그쳤으나, 지난 시즌에는 무려 23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거포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김현수가 언제든 3할대 타율을 기록하면서도 3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타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교함과 장타력을 겸비한 '한국형 푸홀스'의 모습에 가장 근접한 타자로 꼽히는 김현수이기에 2010시즌에는 30홈런 고지와 더불어 홈런왕 등극도 충분히 기대해볼만하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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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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