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LG는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올스타 라인업으로 불릴만한 호화 타선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외야진에는 올스타급 요원만 5명이나 포진해 당장 다음 시즌 누구를 주전으로 기용해야할지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하는 처지다. 이들은 저마다 장타력과 기동력, 출루율 등에서 강점과 특색이 뚜렷하여 골라 쓰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 포지션도 포지션이지만 무엇보다 이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타순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성할지는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하는 박종훈 감독의 최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올 시즌 LG의 타선을 살펴보면 중심타선에 배치할만한 타자는 많은 반면, 정작 확실한 4번 타자 감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지목된다. 승부처에서 확실한 한 방을 책임지고 팀 내에서 가장 위압감을 주는 역할을 맡을 타자가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LG는 구단 역사상 최고의 4번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로베르토 페타지니를 보유했었다. 정교한 선구안과 폭발력을 두루 겸비한 페타지니는 지난해 26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며 LG의 타선을 이끌었다. 2009년 .278로 전년도(.256)에 비해 2푼2리나 높아진 팀타율도 페타지니 효과에 기인한바 크다는 분석이다. 많은 LG 팬들이 페타지니와의 재계약이 불발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유다.

LG에는 현재 전형적인 거포형 4번 타자는 없다. 최동수가 있지만 풀타임 주전급과는 거리가 있다. 당장 다음시즌 LG의 외야진이 포화상태인 터라 1루수와 지명타자 포지션에도 자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주전경쟁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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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홈런타자보다는 전형적인 ‘중거리 타자’들이 유독 많다. 3년 연속 도루왕에 빛나는 이대형처럼 톱타자에 최적화된 선수를 제외하면, 저마다 선구안과 정확성, 장타력을 어느 정도 균형 있게 갖춰 다양한 타순 조합이 가능한 선수들이다.

현재 다음 시즌 LG의 중심타선을 구성할 후보로 우선 거론되는 것은 돌아온 이병규, 이택근,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 등이 우선적으로 꼽히고 있다. 박종훈 감독은 고정된 주전 4번 타자가 누구냐를 고민하기보다는 치열한 경쟁을 통한 최적의 조합을 찾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일단 가장 유력한 4번 타자 후보는 일본에서 돌아온 이병규다. 이병규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서 평균 타율 .312, 장타율 .467를 기록했다. 한국무대에서는 호타준족으로 명성이 높았지만 일본무대에서는 홈런타자로 변신하여 한때 4번을 치기도 했다. 국내무대에서도 99년에 30홈런을 기록했던 경험이 있다.

1루수나 지명타자로의 전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이병규가 타력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될 경우, 4번도 충분히 소화가능하다는 평가다. 36세의 적지 않은 나이와 일본무대에서의 부진이 불안요소지만 지난 시즌의 페타지니는 38세였다.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자였던 박용택과 이택근도 중심타선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다. 박용택은 지난해 타율 .372로 타격왕에 올랐고 장타율 .582, 18홈런을 기록하며 장타력에서도 만만치 않은 화력을 보여줬다. 우타자인 이택근은 타율 .311, 장타율 .467, 15홈런을 기록했으며 좌타자가 많은 LG 타선에 균형을 더해줄 전망.

또한 호타준족인 이들 두 선수는 각각 한 시즌 20개 이상이 가능한 도루 능력까지 겸비하여 유사시 중심타선과 테이블세터에서 두루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대의 강점이다. 지난해 FA로 성공사례를 보여줬던 정성훈(10홈런 .301)과 이진영(14홈런 .300)도 4~6번을 넘나들며 중심타선과 하위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전망이다.

물론 이들 중 3번이나 5번에 익숙한 선수들은 있지만 전형적인 4번 타자는 없다. 대신 모두 3할대 타율에 4할대 중반 이상의 장타율을 기록할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공격력 극대화를 노릴 경우에는, 이들 중 1~2명을 1루나 지명타자로 돌리는 방식으로 올스타 외야진을 모두 라인업에 포함시켜 변화무쌍한 타순을 구성할 수 있다. 여기에 최동수와 박병호, 젊은 이병규도 언제든 한몫 할 능력이 있는 견제세력들로 꼽힌다.

결국 다음 시즌 LG의 타선은 전체적인 균형과 선수들 간의 상성, 상대팀의 데이터를 두루 감안하여 플래툰 시스템으로 유연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한명의 대형 4번 타자에게 기대할 30홈런-100타점의 역할을 다른 중심타선 선수들이 고르게 분담하는 식이다. 박종훈 감독이 “페타지니의 공백으로 4번은 잃었어도 중심타선은 오히려 더욱 두터워졌다”고 자신만만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지난해 LG의 타선은 시즌초반 팀타율 1,2위를 다투며 겉보기에는 강했지만 정작 영양가는 떨어졌다. 박용택-페타지니가 버틴 상위 타선과 안치용-박경수-조인성-권용관 등으로 이어지는 하위타선 간에는 큰 격차가 있었고 경기마다 기복도 심했다. 수치상 득점은 많았어도 정작 결정적인 찬스에서 후속타가 연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경기 결과와 무관한 상황에서 뒤늦게 득점포가 터진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그만큼 올해의 LG 타선에 필요한 것은 끈끈한 집중력과 팀 배팅 능력이다. 과거 선수들의 이름값만 가지고 ‘핵타선’으로 분류되었던 팀들이 용두사미로 전락한 케이스는 숱하게 많다. 오히려 이름값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각성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저마다 경쟁을 의식하여 스타급 선수들이 개인성적에만 연연한다면, 사공이 많은 배는 산으로 갈수도 있다.

결국 다음 시즌 LG 타선의 성공 키워드는 ‘경쟁속의 조화’에 달려있다. 프로의 세계에서 끊임없는 경쟁도 중요하지만, LG에게 그간 유독 부족했던 것은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이타적인 마인드였다. 개성강한 스타 선수들이 많은 LG에서 철저한 팀워크를 통해 자신도 살고 팀도 사는 상생의 야구를 구현할 수 있느냐가 다음 시즌 LG 호화 라인업의 영양가를 좌우할 전망이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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