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국민타자’ 이승엽(34, 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최근 태극마크 복귀를 선언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야구 대표팀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이승엽은 지난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사령탑 김인식 감독의 강력한 러브콜을 받았으나, 개인 사정을 이유로 정중하게 고사하며 “이제 더 이상 대표팀 유니폼을 입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힌바 있다. 당시 이승엽의 발언은 비슷한 시기에 역시 대표팀을 고사했던 박찬호의 ‘국가대표 은퇴 기자회견’과 맞물려 사실상의 은퇴 선언으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최근 이승엽은 전남 강진베이스볼파크에서 열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너무 성급하게 말했던 것 같다.”고 심경의 변화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내가 아직 실력이 되고 만일 나라에서 다시 불러준다면 언제든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이승엽의 발언은 곧 분명한 대표팀 복귀의지와 함께 올해 11월 있을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희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승엽의 복귀는 단지 베테랑 타자 1명의 가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21세기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역대 최고의 레전드 타자중 한 명인 이승엽의 가세는, 곧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의 클래스를 한 단계 더 높여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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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승엽은 지난 2009년 WBC 불참을 선언한 이후 두고두고 아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태극마크에 대한 애착이 유난히 남달랐던 데다, 한국야구가 WBC에서 빛나는 준우승을 차지하며 선전했던 영광의 순간에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물론 김태균이라는 걸출한 후배가 이승엽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며 WBC의 새로운 간판스타로 떠오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은 이승엽의 존재를 그리워했다. 유난히 일본전과 승부처에 유독 강했던 이승엽의 클러치능력이 그립기도 했고, 그의 나이를 감안할 때 지난 WBC가 사실상 대표팀으로서의 마지막 출전기회가 될 수도 있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국가대표팀 입장에서도 이승엽의 자발적인 복귀의사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승엽은 태극마크와 함께 2000년대 한국야구의 영욕을 함께 했던 선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과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제1회 WBC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영광의 순간 때마다 이승엽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마다 보여준 빛나는 한 방은 최고의 클러치 히터이자 해결사로서 이승엽의 가치를 드높였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일본과의 3,4위전에서 보여준 결승타, 2006년 WBC 1라운드 일본전에서의 역전 2점 홈런, 2008년 베이징올림픽 4강 일본전과 결승 쿠바전에서 보여준 연속경기 홈런쇼 등은 한국야구사에 영원히 남을 ‘이승엽 타임’으로 기억된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올 시즌 한국야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대회다. 4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 동메달의 수모를 갚는다는 설욕의 의미도 있는데다,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많은 국내 미필자 선수들에게는 면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승엽에게도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사실상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올림픽이 야구에서 퇴출된 지금 2013년 WBC 이전까지는 한국 프로 1진이 출전할만한 이렇다 할 국제대회가 없다. 2013년에 이승엽은 37세로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바라 보고 있을 시점이다. 만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 번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면, 2000년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타자로 평가받는 이승엽에게는 가장 영예로운 대표팀 은퇴무대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조범현 감독과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앞을 다투어 이승엽의 복귀의사에 대해 반색을 표했다. 지휘봉을 잡고 있는 조범현 감독은 “본인이 대표팀 합류에 대한 의지만 확고하다면 당연히 선발 1순위”라고 공언했다. 올 시즌 일본무대에서의 활약 여부를 떠나 한국야구계에서 이승엽의 존재가 주는 무게감과 상징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승엽이 합류할 경우, KBO가 당초 공언했던 대로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최강 멤버 구성’에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조범현 감독은 ‘병역 미필자’에 연연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해외파까지도 불러들여 최강의 멤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힌바있다.

사실 조감독이 당초 염두에 둔 해외파는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추신수(클리블랜드)를 비롯하여, 김태균(지바 롯데)이나 이범호(소프트뱅크)같은 젊은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이승엽이 자발적으로 대표팀 복귀를 신청함에 따라 조범현 감독은 선수선발의 폭이 한층 넓어지게 됐다.

이승엽은 지난해 불안한 소속팀 내 입지와 성적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하여 부득이하게 대표팀을 고사했다. 게다가 태극마크의 반납에도 불구하고 만족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해 더욱 큰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 올 시즌 이승엽을 둘러싼 상황들은 작년보다 더욱 좋지 않다. 요미우리는 사실상 지난해 이승엽의 활약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도 압도적인 성적으로 리그를 제패했고, 올해는 메이저리그 출신의 내야수 에드가 곤잘레스를 영입하면서 이승엽의 입지가 더욱 위축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승엽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팀 내 주전경쟁에서 대한 부담을 초월한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은 올해로 요미우리와의 4년 계약이 모두 만료된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이승엽으로서는 배수의 진을 쳤기에 오히려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11월에 열리는 아시안게임은 정규시즌이 모두 끝난 후에 열리는 만큼 WBC나 올림픽 때만큼의 부담도 없고, 경기력을 유지한 채로 출전할 수 있다.

물론 소속팀에서의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도 확고하다. 좀처럼 호언장담을 하지 않는 이승엽이 30홈런과 100타점을 공공연하게 목표로 내세울 정도. 대표팀 복귀선언 역시, 그만큼 소속팀에서건 대표팀에서건 올해는 후회 없는 한 시즌을 보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

4년전 도하에서 당한 치욕적인 두 번의 패배는 아직도 많은 야구인들과 팬들에게 큰 상처로 남아 있다. 한 남자의 귀환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가운 이유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요미우리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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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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