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목 칼럼
2010/01/16 08:46
장성호 사태가 남긴 교훈과 앞으로의 과제
[야구타임스 | 이준목]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FA 시장의 ‘루저’로 전락했던 장성호가 결국 계약마감일을 불과 하루 앞둔 지난 14일 원 소속구단인 KIA와의 재계약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연봉은 지난해보다 무려 3억원이 삭감된 2억5000만원이다.
어차피 장성호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미 FA 시장에서 구애를 해오는 팀이 전혀 없었던 가운데, 끝내 KIA와의 재계약에 합의하지 못했을 경우, 온전히 한 시즌을 날려야만 하는 처지가 된다. 장성호의 나이를 감안할 때 1년의 휴식은 그의 야구인생 자체의 마지막을 뜻할 수도 있었다. KIA 입장에서도 프랜차이즈 스타를 ‘토사구팽’한다는 비난 여론이 부담스럽던 차에 장성호를 끌어안으며 명분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손을 다시 맞잡기는 했지만, 이번 사태로 피차간에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더 많아 보인다. 양측이 여전히 서로에 대한 감정의 앙금이 풀리지 않은 상태라 언제든 뇌관이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처럼 불편한 동거가 될 수밖에 없다.

▲ 승자 없는 전쟁
물론 1차적인 책임은 장성호에게 있다. 2005년 첫 FA가 되어 대박 계약을 터뜨린 이후, 장성호의 활약은 분명 이전에 미치지 못했다. 경기외적인 면에서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얻는데 실패한 것도 간판스타로서 자기관리에 실패한 부분이다.
장성호가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를 선언한 것도 처음부터 무리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높은 보상금을 감수하며 장성호를 영입할만한 팀은 나타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장성호는 오직 한화만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한화는 일찌감치 지갑을 닫아걸었고, 결국 한화가 등을 돌리자 다른 대안이 전혀 없었다. 사면초가에 내몰린 장성호로서는 처음부터 KIA 구단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에 서운할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냉정하지 못하고 감정에만 치우친 결정을 함으로 인해 오히려 자신의 입지만 더욱 위축시키는 상황을 초래한 셈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KIA 구단의 협상력 부재도 또 다른 아쉬움을 남겼다. KIA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직후 선수단 개편과 연봉협상 과정에서 무수한 잡음을 노출했다. 여기에는 자신들의 입장만을 내세운 구단 프런트의 일방통행식 일처리 방식이 논란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KIA와 장성호는 우선 협상기간 중 단 한차례만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장성호가 서운함을 느꼈던 진짜 이유는 연봉 액수가 아니었다. KIA구단은 처음부터 장성호에게는 “갈테면 가라”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협상이라기보다는 구단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통보에 가까웠다.
KIA 구단이 이렇게 나온 데는 그만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KIA의 프런트는 어차피 장성호가 FA를 선언한다 해도 갈 곳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장성호가 FA를 선언한데 대한 ‘괘씸죄’도 영향을 미쳤다.
FA는 일정 자격을 갖춘 프로선수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당연한 권리이건만, 아직도 국내 프로야구계에서는 이를 ‘배신’이나 ‘도전’으로 간주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올 시즌 발군의 활약을 보인 우승 공신 최희섭도 첫 번째 협상에서 이런 구단의 고압적인 태도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고 고백할 정도였으니, 최근 부진과 FA 선언 등으로 눈 밖에 난 장성호에게는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장성호도 협상 과정에서 KIA 구단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고는 큰 충격을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스타플레이어건 구단에 비하여 철저히 약자일수밖에 없는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운명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협상의 기술’이라기에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일방적인 일처리는, 결과적으로 서로 간의 빈정만 상하게 만들었고 팬들에게 욕은 욕대로 먹으며 계약을 하고도 씻기지 않는 감정의 앙금만을 남긴 셈이다.
▲ FA 제도가 바뀌어야하는 절박한 이유
장성호 사태가 한국야구계가 남긴 진정한 교훈이라면, 바로 한국형 FA 제도가 바뀌어야만 하는 총체적인 이유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장성호를 가장 괴롭게 한 것은 KIA 구단의 냉대도, 다른 팀의 무관심도 아닌 현행 FA 제도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가장 큰 모순점은 역시 보상제도였다.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FA 제도지만, 엄청난 보상제도가 포함되어 있는 한국의 FA 제도에서 진정한 ‘Free’란 있을 수 없다. 연봉의 450%, 혹은 300%와 보상 선수 1명을 원 소속 구단에 돌려줘야 하는 현행 보상제도는, 선택받은 소수의 슈퍼스타를 제외하면, 장성호처럼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받고 싶은 준척급이나 노장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뿐이다.
선수의 입장이나 권리에 대한 배려보다는 전적으로 구단의 이해관계에 좌지우지되는 한국형 FA 제도의 모순은 언제든 제2, 제3의 장성호가 나올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구단들의 담합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장벽에 도전했던 장성호는 결국 초라한 왕따가 되어 좌절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은 굴욕적인 3억원의 연봉삭감이라는 제시안에 사인하며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부자구단의 선수 싹쓸이를 가로막아 프로야구 전력 불균형을 방지한다는 명분과는 달리, 오히려 각 구단들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난 연말 프로야구계를 강타한 ‘히어로즈발 선수 장사 파문’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여러 가지 제도적 장벽 때문에 팀 간 선수이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구단들의 담합과 편의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하는 한국야구가 그려낸 서글픈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 아직도 완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
문제는 장성호의 2010시즌 성적과 향후 거취다. 장성호는 협상과정에서 연봉을 백지위임하는 대신 타 구단으로의 트레이드 보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KIA 구단도 ‘조건이 맞는 팀이 나올 경우’라는 전제하에 이를 구두로 수락하기는 했지만 문서화된 조항은 아니다.
물론 지금으로서 가장 좋은 모양새는 장성호를 원하는 팀이 나타나면 KIA 구단이 적절한 조건에 따라 장성호를 보내주는 것이지만, 트레이드 자체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설사 장성호를 원하는 팀이 나타난다 해도 KIA 입장에서는 터무니없는 조건에 공들여 키운 선수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양측이 합의한 ‘적절한 조건에 따른 트레이드’에 대해 서로의 입장의 차이가 발생한 경우, 장성호와 KIA 측의 갈등은 언제든 다시 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장성호로서는 어느 곳에서 뛰던 그라운드에서 일단 자신의 건재를 입증하는 게 우선이다. KIA가 장성호와의 계약에 성공했더라도 앞으로 그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장성호는 지난해 11월 왼쪽 손바닥 인대 수술을 받고 현재 재활중이어서 17일부터 시작되는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첫 출발부터가 상황은 불리하기만 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팀 내에서 조범현 감독의 입지는 더욱 강화됐다. 조범현 감독이 한번 눈 밖에 난 장성호에게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기회를 줄지는 여전히 미지수. 장성호로서는 일단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인 셈이다. 어느 때보다 춥고 힘들었던 절망의 겨울을 넘어 야구인생의 새로운 부활을 꿈꾸는 장성호의 힘겨운 싸움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지도 모른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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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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