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Report
2009/12/30 10:59
‘207cm’ 두산 장민익의 이상과 현실 사이
[야구타임스 | 김성현] 지난 8월 17일에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신인 지명이 ‘전면 드래프트’로 행해졌다. 뽑는 구단이나 뽑히는 선수들이나 모두들 하나 같이 큰 기대감을 품고 드래프트장으로 향했다. 지명 받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도 있었으나, 지명을 받은 이들은 새로운 무대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선에 서게 되었다.
그런 선수들 중에서는 이미 드래프트가 시작하기 이전부터 주목을 받아온 선수도 있다. 바로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에 지명된 고졸신인 장민익이다. 하지만 이 선수가 주목받은 이유는 이미 고교에서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거나, 혹은 어마어마하게 빠른 공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그의 엄청나게 큰 키 덕분이다. 장민익의 키는 207cm로 프로농구의 ‘국보급 센터’ 서장훈, 메이저리그 특급 투수로 유명한 랜디 존슨과 같다.
좌완에다가 야구선수로써는 보기 드문 장신이었기에 그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의 지명 순위는 관심도에 비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전면드래프트 시행으로 인한 거물급 유망주들의 해외유출로 인해 그의 지명이 당초 예상보다 다소 앞당겨 질 수도 있을 것이란 예측만 조심스럽게 나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드래프트에서의 그의 지명 순위는 단순히 앞당겨진 수준이 아니었다. 지난 시즌 준우승을 거둔 두산은 자신들의 1라운드 지명권을 장민익에게 행사한다. 장민익은 그렇게 전체 7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 장민익, 그리고 랜디 존슨
2미터를 넘는 큰 키에 좌완. 야구팬이라면 단번에 머릿속에 오버랩 되는 선수가 있을 것이다. 바로 메이저리그 통산 300승에 빛나는 랜디 존슨이다. 물론 지금의 장민익은 랜디 존슨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하겠지만 그의 장래성만큼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단지 랜디 존슨과 같은 손으로 공을 던지고, 비슷한 체구만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한국의 랜디 존슨’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후계자가 될 수 있다면 지금 마이너리그에는 그렉 매덕스의 후계자가 약 100명은 될 것이다. 그의 장래성은 인정하나 그것이 단순히 체형이 비슷하다는 이유뿐이라면 분명 설득력이 떨어진다.
키가 큰 것이 랜디 존슨과 같이 엄청난 괴물이 될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투수가 장신이라는 것이 장점으로만 작용하진 않는다. 그렇기에 성공한 장신투수 하면 랜디 존슨 정도만이 떠오르는 것이다.
물론 그와 같이 큰 키에서 내리꽂는 빠른 공은 그 위력이 배가 된다. 더구나 장민익 같은 경우 랜디 존슨처럼 쓰리쿼터 스타일의 투수가 아닌 정통파 오버스로에 가깝기 때문에 타자가 느끼는 그의 공은 더욱 빠르고 위력적일 것이다.
하지만 큰 키에 걸맞지 않는 그의 몸무게(98kg)와 가느다란 하체는 불안요소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야구 선수 가운데는 비대한 체형의 선수들이 많은 편이다. 야구가 쉬운 스포츠라서가 아니다. 타자의 타격이나 투수의 투구는 모두 튼튼한 하체의 힘이 뒷받침이 되어야만 좋은 기량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신인 선수들이 프로 데뷔 후 몸무게를 늘린 것도 이러한 점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장민익 같은 경우는 다른 선수들처럼 평범한 신장을 가진 선수가 아니다. 무리하게 체중을 불렸다간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다. 손을 대긴 대야하는데 함부로 다룰 순 없고, 또 그렇다고 마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게 바로 현재의 장민익이다.
▶ 이상은 높으나 현실은?
분명 두산은 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렇기에 그를 1라운드에서 지명한 것이다. 다만 너무나 큰 기대감은 선수에게 중압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더구나 장민익 같은 경우 실력여하와 상관없이, 단지 신체조건 만으로 1차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에게는 더욱 그러할 지도 모른다.
구단이 자신들이 직접 지명한 선수에게 기대를 걸고, 팬들 역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 막 프로에 입문한, 아직 세공을 시작조차 하지 않은 원석에게 벌써부터 값을 매기려 하는 것은 진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장민익은 분명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선수다. 하지만 그와 비례하는 리스크 역시 지니고 있다. 그에게 있어 ‘큰 키’란 ‘성공의 가능성’과 ‘실패의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 양날의 검과 같다는 것이다.
과연 장민익이 두산의 바람대로 ‘한국형 랜디 존슨’이 되어줄 지, 아니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사라져간 유망주에 그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 야구타임스 김성현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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