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KIA는 '깜짝 우승 후유증'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야구타임스 | 이준목] KIA 타이거즈의 2009년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은 사실 이변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KIA는 전년도 6위에 그쳤었고, 다시 한해 전에는 아예 꼴찌를 기록했을 만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적인 전력이 나빴던 것은 아니었고, 부상선수만 아니라면 포스트시즌 정도는 노릴만하다고 평가받기도 했지만, 당장 올 시즌의 우승후보로까지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예상을 넘어선 외국인 선수들의 대활약, 유망주들의 각성, 그리고 깜짝 트레이드 효과(김상현) 등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올 시즌은 그야말로 KIA에게 ‘우승의 운’이 함께한 한해였다고 할만하다.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이제 야구팬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 중 하나는 올해 정상을 맛본 타이거즈가 내년 시즌에도 2009년 만큼의 위용을 이어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2003~04년 현대를 시작으로 삼성(05~06)를 거쳐 SK(07~08)에 이르기까지 최근 프로야구 챔피언들은 모두가 2연패에 성공하며 짧지만 임팩트 있는 ‘왕조’를 건설한바있다.
KIA의 전신인 해태는 한국 프로야구의 ‘초대’ 왕조이자 ‘최강’의 왕조였다. 1986년부터 89년까지 프로야구 최초이자 최장 기록인 리그 4연패의 대업을 일궈낸 바 있고, 1996~97년에도 2연패를 한 차례 달성한 바 있다. 누구도 지금까지 이 기록을 넘보지 못했을 만큼 타이거즈가 세운 업적은 독보적이다.
진정한 강팀의 저력은 꾸준함이다. V10을 완성하기까지 무려 12년간의 기다림을 거친 타이거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타이거즈의 적통을 자부하는 KIA로서는 올 시즌 우승이 반짝 돌풍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내년 시즌의 성적이 중요하다.

▲ 역대 프로야구 ‘깜짝 우승팀’과 그 후유증
역대 프로야구에서 올 시즌의 KIA처럼 전년도 하위권에 머물다가 이듬해 깜짝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어떤 팀이 있을까.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돌아보면 의외로 이런 경우가 꽤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전년도에는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하지 못했던 팀이 이듬해 갑자스런 우승을 차지하거나, 반대로 우승권에 있던 팀이 꼴찌로 추락하는 사례를 흔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이적, 노쇠화, 세대교체, 감독의 변동, 프런트의 영향력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놓여있다.
재미있는 것은 깜짝 우승을 차지한 팀들의 그 이듬해 성적이다. 그러한 팀들은 대부분 우승한 다음 시즌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거나, 아예 하위권으로 다시 추락하며 제자리로 회귀하는 ‘요요 현상’ 징크스를 겪었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전년도 하위권이었던 팀이 갑자기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모두 8차례. 프로 원년에 6개 팀 가운데 전후기 통합승률 4위를 기록했던 해태가 83년에 우승을 차지한 후 84년에는 다시 5위로 내려간 것을 시작으로 83~85시즌의 롯데(꼴찌-우승-2위), 89~91년의 MBC-LG(6위-우승-6위), 94~96년의 OB(7위-우승-꼴찌), 97~99년의 현대(7위-우승-5위), 98~2000년의 한화(7위-우승-7위), 2006~2008년의 SK(6위-우승-우승), 그리고 올 시즌의 KIA(6위-우승-?)다.
KIA를 제외한 앞선 7차례의 경우 가운데 이듬해에도 상위권에 오른 팀은 85년의 롯데와 2008년까지 2연패에 성공한 SK 뿐이다. 나머지 5팀은 모두 극심한 우승 후유증을 겪으며 다시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극심한 롤러코스터를 보여준 것은 단연 94~96년까지의 OB(현 두산) 베어스다. OB는 94년 윤동균 감독의 폭행 사태와 선수단 집단 항명 및 이탈 등의 악재가 겹치며 그해 7위(53승 1무 72패 .425)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이듬해 ‘덕장’ 김인식 감독을 영입한 OB는 어수선한 팀 분위기로 인하여 하위권이 예상되었으나, 일약 돌풍을 일으키며 페넌트레이스(74승 5무 47패/ 승률 .607) 와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듬해 OB는 최악의 시즌을 보내며 전년도 우승팀이 꼴찌로 추락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47승 6무 73패(.397)로 4할에도 못 미친 승률은 선수단 집단이탈로 리그 후반 2군 선수들로 경기를 치러야했던 94년보다도 못한 최악의 성적이었다. 공교롭게도 95년 OB와 함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LG, 롯데도 나란히 하위권으로 몰락하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7위와 우승을 오갔던 98~00시즌의 한화도 상황은 비슷했다.
반면 2006년 리그 6위에 그쳤던 SK는 이듬해 ‘야신’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며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를 통합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9년에는 아깝게 준우승에 그쳤으나 안정된 전력을 유지하며 반짝 돌풍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사례다.
‘깜짝 우승’ 팀이라고 해서 온전히 운만으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통 그해 돌풍을 일으킨 팀들은 전년도 성적이 하위권이었다고 해도 기본적인 전력상 충분히 포스트시즌 이상을 노릴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여기에 감독의 지도력이나 젊은 선수들의 각성 등 여러 가지 시기와 운이 결합하여 어느 순간 잠재력이 극대화된 경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오히려 우승을 거두고 난 이후 동기부여와 집중력의 상실이다. 깜짝 우승을 거두고 난 뒤 다시 하위권으로 추락한 팀들은, 보통 한 시즌 반짝했던 주축 선수들의 성적이 부상과 부진 등으로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린 경우가 많았고, 우승직후 연봉협상이나 전력보강 여부 등을 놓고 선수단과 프런트간에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일도 빈번했다. 1년이란 시간은 프로야구단에 있어서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 타이거즈, 전력보강보다 중요한 내부 단합
그렇다면 타이거즈의 2010시즌은 어떨까. 일단 전력상으로 보면 내년에도 일단 KIA의 강세는 계속딜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견인한 막강 선발진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특급 외국인투수 로페즈가 이미 재계약을 확정지었고, 윤석민과 양현종도 버티고 있다. 여기에 올 시즌 아쉬움을 남겼던 서재응마저 부활한다면, 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선발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마운드의 유일한 불안요소는 수적으로 부족한 불펜 자원이다. 0점대 마무리 유동훈(6승 2패 22세이브 0.53)을 비롯해 곽정철-손영민 등이 건재하지만, 이들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좌완 스폐셜리스트가 부족하다는 것은 박빙의 승부에서의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KIA는 올 시즌 선발투수들이 일찍 무너진 경기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한기주는 다음 시즌까지도 복귀가 불투명하다.
조범현 감독은 다음 시즌 ‘예비역’ 4인방 복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불펜 요원인 신용운-김희걸-이상화-차정민의 복귀는 소수 정예에 의존하던 KIA 불펜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용운은 2007년 경찰청에 입대하기 전까지 선발과 셋업맨, 마무리를 오가며 6시즌 동안 33승 21패 22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33의 좋은 성적을 기록한바있어 내년도 KIA 허리진의 키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타선의 짜임새를 높이는 것도 관건이다. KIA는 올 시즌 8개 구단 가운데 팀타율 꼴찌(.267)에 머물렀다. 유난히 부상 선수가 많은 가운데 올 시즌 최고의 신데렐라 김상현과 돌아온 메이저리거 최희섭의 ‘´각성’에 힘입은 확률 높은 타점생산력으로 빈공을 만회했다. 톱타자 이용규가 건강하게 돌아와 김원섭과 최강의 테이블 세터진을 구성하고, 나지완과 안치홍이 한 단계 성장해준다면 타이거즈는 한층 탄탄해진 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내야수비의 불안함도 보완과제다. 3루수 김상현은 타격에서의 압도적인 성적에 가려졌지만, 올해 21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수비에서 큰 약점을 노출했다. 김상현의 불안한 3루 수비를 커버하기 위해 수비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유격수 자리도 현재로서는 이현곤 외에 마땅한 백업요원이 없어 연쇄적인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지엽적인 문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올 시즌 타이거즈가 보여준 끈끈한 팀워크와 집중력을 내년 시즌까지 이어갈 수 있느냐다. 올해 KIA 돌풍의 원동력은 안정적인 신구조화에서 우러나오는 강한 승부근성과 응집력이었다. 그러나 우승을 차지한 직후, KIA 선수단에서는 내년 시즌 팀 개편 방향을 놓고 적지 않은 파열음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코칭스태프 개편, 선수단 연봉협상, 베테랑 프랜차이즈 스타들에 대한 처우 면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이것은 올 시즌 KIA 돌풍의 핵심이었던 팀워크 면에서 잡음을 일으킬 소지가 된다.
어차피 프로의 세계에서 모든 것은 결과론일 뿐이다. 다음 시즌의 예상과 전망이라는 것은 전년도 시즌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이전해 잘했던 선수가 올해도 그만큼의 활약을 이어준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잘하고 못할 가능성에 관한 확률의 차이일 뿐이다.
김상현과 최희섭은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해본 것이나, 두 자릿수 이상 홈런을 터뜨린 시즌이 모두 올해가 처음이다. 유동훈도 올 시즌은 ‘크레이지 모드’에 가까웠다. 이미 커리어의 절정을 맛본 이들의 활약이 다음 시즌에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상대팀의 집중분석과 견제가 보편화된 프로의 세계에서 MVP 시즌을 보낸 이듬해 후유증 없이 한 시즌을 완주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수많은 잠재적인 불안요소들을 극복하고 KIA 타이거즈는 다시 한 번 왕조를 건설할 수 있을까. 한 시즌 반짝하고 이듬해 다시 몰락의 길을 걸었던 OB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성공적인 명가 구축의 길을 걸었던 SK의 뒤를 이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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