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김홍석] 송진우, 마해영, 박정태, 최태원, 강병규, 김재현 그리고 양준혁. 아직도 많은 야구팬들은 10년 전 앞장서서 선수협을 만들었던 이들의 이름을 기억한다. 그리고 이들이 그 후 각각의 소속 구단으로부터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 힘든 현실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의 업적은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 현재 선수협 회장인 손민한은 위의 영웅들보다 더욱 힘들고 어려운 싸움에 돌입했다. 그런데 초대 회장인 송지우의 곁을 지키고 있었던 든든한 우군의 모습을 현재의 선수협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의 손민한 회장은 너무나 외로워 보인다.

지난 8일 오후에는 선수협이 주최한 ‘팬들과의 대화’가 있었다. 팬들과 직접 만나서 프로야구 현안 등에 대한 질의 응답시간을 가진 것인데, 선수협 측의 참석자는 손민한 회장과 권시형 사무총장뿐이었다. 팬들로서는 ‘선수협과의 대화’인지 ‘손민한과의 대화’인지 헷갈릴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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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제1대 선수협 집행부에는 송진우 회장의 입장을 대변하는 강병규 대변인이 있었고,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회장을 보좌했던 마해영과 최태원 같은 선수들이 있었다. 지금의 집행부에도 임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협 공식 행사에는 손민한 회장만이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체 손민한은 왜 이렇게 힘든 일을 감수하면서까지 선수노조를 만들려는 것일까?

프로야구 선수들을 주축으로 노조를 결성하겠다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바로 2000년 1월 송진우를 비롯한 초대 선수협의 주축 멤버들은 ‘선수협의회’가 아니라 ‘프로야구 선수노조’를 만들기 위해 일어섰다. 당시 KBO와 각 구단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혔고, 절대적인 힘의 열세 속에서도 팬들의 지지와 성원이 더해지며 결국 ‘선수협’의 설립이라는 1차적인 합의점을 찾았다.

하지만 선수협은 법인화되지 못했으며, 제대로 된 교섭권도 지니지 못했다. KBO와 구단들이 선수협과 팬들에게 했던 약속은 번번이 무시당하기 일쑤였고,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언제나 KBO의 행정은 ‘구단이 편리한 대로’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언제나 손해보는 것은 힘이 없고 능력 없는 선수들이었다.

손민한은 2007년 제5대 회장(임기 2년)이 되면서 기형적인 FA 제도의 개선, 2군 선수들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 한국 야구의 가치 증대를 위한 유소년 야구의 지원과 육성, 이 세 가지를 핵심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선수협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작년 5월 권시형 사무총장을 선임하며 준비를 했고, 올해 4월 선수노조 추진을 공식화 했다. 교섭권을 지닌 노조의 설립만이 당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지난 2일 열린 제10차 정기총회에서 손민한은 비공개 투표 결과 만장일치의 지지를 얻으며 제6대 회장으로 재선임 되었다. 그리고 이후 벌어진 ‘선수노조 찬반 투표’ 역시 91%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구단의 이탈 등 몇몇 문제가 발생하는 등 잡음이 발생했다. 삼성을 비롯한 일부 구단 소속 선수들은 선수노조에 대한 찬반투표에 참여하지 않았고, 일부 선수들은 총회가 끝난 후 불만 섞인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팬들 중에서도 시즌이 진행 중인 와중에 선수노조 설립을 언급한 손민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게다가 손민한은 올해 부상으로 인해 예년의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을 손민한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곤란하다. 선수들은 손민한이 노조 설립을 구체화할 것을 알면서도 ‘만장일치’로 그를 택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참석자 중 대다수가 노조설립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 수는 없지만, 노조의 필요성은 충분히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각 구단의 다른 선수들은 선수노조와 관련된 말을 매우 아끼고 있다. 특히 갓 1군에 정착했거나, 아직 2군에 머물러 있는 선수들은 이와 관련된 인터뷰를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익명을 보장해준다고 해도 절대로 안 된다고 말을 한다. 그만큼 구단의 압박이 심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들도 필요성만큼은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 아니겠는가.

FA 규정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현재 KBO의 규약은 대부분 ‘실력 있고 능력 있는 선수’에게만 유리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손민한은 바로 그 ‘실력 있고 능력 있는 선수’의 정점에 속해 있는 선수 중 하나다. 그는 7억 원의 연봉을 받는 현 프로야구 최고액 선수이자, 2000년대에만 100승 이상을 거둔 리그를 대표하는 우완투수다.

사실 노조가 설립된다 하더라도 손민한에게 돌아올 직접적인 이득은 크게 없다. 있다 하더라도 손민한이 개인이 피부로 느낄 정도는 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계속해서 이렇게 나서는 것 때문에 이후 자신의 위치가 흔들릴 수도 있다. 사실 은퇴 후의 지도자로서의 진로 등을 생각한다면, 이렇게 구단의 눈 밖에 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스스로에게 더 유리하다.

그러나 손민한은 모든 책임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분연히 일어섰다. 누군가는 비웃을지 몰라도, 또 누군가는 외면할지 몰라도, ‘힘없고 어려운 후배들’을 위해서 노조를 설립해야겠다는 큰 뜻을 품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과정 중에 있다.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과거와 현재의 안 좋은 기억들로 인해 ‘노조’라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10년 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하지만 팬들은 선수들의 단합된 모습과 각 구단의 상식을 벗어난 방해공작을 확인한 후부터는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 지금도 구단의 방해는 여전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단합된 선수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팬들의 목소리가 갈라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아무리 손민한이 모든 책임과 권한을 한 몸에 짊어지고 애를 쓴다 하더라도,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결코 노조를 설립할 수 없다. 팬들의 폭넓은 동의를 얻어낼 수 있어야 하고, 그 모든 과정을 함께하며 도와줄 파트너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영원한 회장님’ 송진우에게는 그러한 든든한 파트너들이 존재했고, 그들의 눈물과 애끓는 목소리가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런데 ‘외로운 회장님’ 손민한 곁에는 권시형 사무총장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점이 선수노조의 설립을 찬성하는 팬들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만든다.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될 것인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손민한. 그의 타 들어가는 속을 과연 그 누가 다 알 수 있을까.

과정이 매끄럽지 못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쉬운 모습도 간간이 보인다. 하지만 야구팬이라면 그러한 비판을 하기에 앞서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는 손민한이 왜 저렇게까지 선수노조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한 번쯤은 가져봄직 하다. 더불어 ‘노조가 설립되면 프로야구 안 한다’고 말한 일부 구단의 발언이 얼마나 팬들을 무시한 처사인지도 깨달아야 한다. 프로야구는 KBO나 구단의 것이 아닌 ‘팬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그것을 잊고 있다.

// 야구타임스 김홍석(블로그 : MLBspecial.net)
[사진제공=최효석(블로그 : doomhamm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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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Daum 스포츠 해외야구 섹션 전문 칼럼니스트
전 데일리안 스포츠 메이저리그 전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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