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위클리 이닝(inning.co.kr) 김현희] ‘부산 사나이’ 추신수(27)가 심상치 않다. 은근 슬쩍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4번 타자 자리를 차지하더니, 3할 타율과 4할대의 출루율을 기록하며 팀의 간판으로 올라섰다.

빅터 마르티네즈(포수)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타석에 들어선 추신수는 6일 현재까지 타율 292타수 88안타, 타율 0.301를 기록중이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12개)을 기록한 것은 물론, 작년에 본인이 세웠던 한국인 빅리거 최다 안타/타점 기록도 경신할 기세다. 시즌의 절반 정도 지난 현 시점에서 산술적으로 따져 보아도 20홈런, 20도루, 180안타, 100타점을 충분히 기록할 수 있다. 작년 시즌 살짝 드러냈던 ‘추 트레인’의 면모가 올 시즌 내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부산고등학교를 졸업한 추신수는 원래 왼손 투수였다. 1999-2000년 대통령배 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대회 2연속 MVP를 차지했던 추신수는 당시 150km에 육박하는 빠른볼을 가지고 있던, 당대 최고의 유망주였다. 타력에서도 빼어남을 자랑했지만, 당시 추신수를 투수로 기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일 만큼, 추신수는 팀의 에이스로서 부산고의 전성시대를 이끈 장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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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애틀 vs 볼티모어 vs 롯데 자이언츠

2001년 신인 우선지명에서 롯데는 길게 고민할 것도 없이 추신수를 지목했다. 그만한 재능을 지닌 좌완 파이어볼러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대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롯데만 추신수에게 집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의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시애틀 매리너스도 덩달아 ‘추신수 쟁탈전’에 뛰어든 것이다.

상황이 급박했던 롯데는 역대 최고 대우를 약속하며 추신수를 잡아두기 위해 애를 썼지만, 자금력을 앞세운 메이저리그의 공세에는 당할 여력이 없었다. 메이저리그 행을 결심한 추신수는 그때부터 볼티모어와 시애틀, 둘 중 어디로 갈 것이냐를 두고 고심하게 된다.

추신수가 볼티모어 행을 결정했다면 메이저리그에서 ‘투수 추신수’를 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다. 당시 계약에 적극적이었던 볼티모어는 추신수가 지닌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신수가 향한 곳은 짐 콜번(전 LA 다저스 투수코치) 스카우터가 있던 시애틀 매리너스였다. 추신수의 빠른 발과 타격 센스를 높이 평가한 시애틀의 콜번 스카우트는 그의 계약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시애틀은 137만 달러라는 거액의 계약금으로 추신수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추신수는 ‘한국의 이치로’로서 이치로와 더불어 장래 시애틀 매리너스의 테이블세터를 책임져 줄 선수로 성장할 줄만 알았다.

▷ 새로운 기회의 땅, 클리블랜드

그러나 추신수가 빅리그 문을 두드릴 때쯤 되자 베테랑들이 시애틀 외야를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다가왔다. 중견수 랜디 윈, 좌익수 라울 이바네즈, 우익수 이치로가 바로 그들이었다. 여기에 추신수와 더불어 또 하나의 외야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던 제레미 리드(29, 뉴욕 메츠)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었다.

재능으로는 추신수도 리드에 비해 부족함이 없었지만, 당시 시애틀은 리드에게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이에 리드는 2005시즌 141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0.254, 124안타 45타점을 기록하며 그럭저럭 빅리그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면 리드의 그늘에 가려진 추신수는 당시 10경기 출장에 그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결국 시애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그리고 이것은 추신수가 ‘풀타임 메이저리거’로서 자리 잡게 되는, ‘전화위복’의 순간으로 다가왔다. 당시 클리블랜드에서 3홈런 22타점을 기록했던 추신수는 타율 0.280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선보였다. 반면 추신수의 경쟁자였던 리드는 이후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며 시애틀 구단의 속을 쓰리게 만들었다.

물론 클리블랜드에서도 베레랑들과의 경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좌익수와 우익수 자리를 놓고 데이빗 델루치, 트롯 닉슨 등과 경쟁을 펼쳤던 것. 그러나 추신수는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했고, 규정타석에는 모자랐지만 2008년 생애 첫 3할 타율(0.309)을 기록하며 인디언스 팬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시즌이 끝난 직후에는 최희섭이 보유하고 있었던 단일시즌 한국인 타자 최다안타와 타점 기록을 경신한 후였다.

▷ 한국 야구의 또 다른 아이콘, 추신수

이제 한국에서 추신수라는 이름 석자는 더 이상 가볍지 않다. 그는 박찬호-이승엽의 뒤를 이어 해외에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또 다른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국제 무대에서도 '포스트 이승엽'으로서의 가능성을 지난 WBC를 통해 충분히 보여줬다. 결정적인 순간에 터뜨린 두 개의 홈런은 작년 올림픽 때의 이승엽을 보는 듯했다.

한 때 그의 앞길을 가로 막았던 제레미 리드와의 ‘보이지 않는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당시 그의 트레이드를 추진했던 시애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당시 이런 저런 이해관계가 얽히며 그의 빅리그 진입을 가로 막았던 직접적인 관계자 중에는 일본인 메이저리거인 이치로도 포함되어 있었다.

3할타자 추신수. 이제 새벽에 들려오는 그의 홈런 소식은 국내 야구팬들의 또 다른 청량제가 되고 있다. 향후 한국 야구를 이끌어나갈 주역으로서, 이번에는 풀타임 메이저리거다운 인상적인 성적을 남겨 야구의 본토에서 한국 야구의 강함을 증명하길 기대해 본다.

// 위클리 이닝(inning.co.kr) 김현희
<사진=추신수, (C)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홈페이지 캡쳐>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기자(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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