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Report
2009/07/03 08:00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또 다시 등장한 빗물 제거용 스펀지
이렇게 국내에서 가장 좋다는 잠실구장도 비 앞에서는 꼼짝을 못 했다. 아직도 많은 야구팬들은 2004년 현대 유니콘스(히어로즈 전신)와 삼성 라이온스의 한국시리즈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치러졌던 한국시리즈 9차전 경기는 양 팀 구단 직원들이 스펀지로 그라운드에 고인 빗물을 제거하는 등의 촌극을 벌여가며 겨우겨우 경기를 진행시킨 바 있다.
그리고 이 경기를 지켜보았던 많은 야구팬들과 야구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국내에서 가장 시설이 좋다는 잠실구장도 기본적인 배수시설조차 구비가 안 되어 있는데, 나머지 구장은 어떻겠느냐”며 안타까움을 표시했었다.
▷ 다시 한 번 목동 구장에 등장한 ‘빗물 제거용 스펀지’
그렇게 ‘폭우 속의 한국시리즈’를 경험한지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그 동안 야구장에는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을까. 문학구장의 ‘바비큐 존’, 사직구장의 ‘익사이팅 존’, 잠실구장의 ‘엑스 존’ 등 경기 흥미를 이끌기 위한 팬서비스는 꾸준히 이루어졌지만, 정작 야구장 시설 관리는 ‘제자리걸음’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2일 목동 경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실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시즌 11차전 경기는 진행 자체가 불투명했다. 경기를 앞두고 세 번의 국지성 소나기가 목동 야구장을 뒤덮었기 때문이었다. 경기 지속 여부를 놓고 김호인 KBO 경기 감독관도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오후 5시를 전후하여 날씨가 맑아지자 김 감독관은 “그라운드를 정리하는 데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히어로즈 구단 관계자들은 젖은 목동구장 그라운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천용 천막을 걷어 낸 이후 드러낸 목동구장 홈 플레이트에는 빗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도 흥건히 젖은 잠실구장에서 혈투를 펼친 기억이 있는 일부 히어로즈 선수들은 ‘경기속개’ 소식에 내심 반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날씨는 뒤로 하더라도 이러한 상황에서는 부상이 더 큰 적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촉촉하게 젖은 인조 잔디 구장에서는 평범한 내야 땅볼도 가속이 붙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선수들의 안면을 강타할 수도 있었다. 이는 외야수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결국 히어로즈 구단 관계자들은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도 그러했듯이, 스펀지와 삽 등 각종 도구를 활용하여 빗물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빗물만 제거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홈 플레이트 주변의 젖은 모래를 그대로 놔둘 경우 포수와 주자가 미끌어져서 부상을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를 모두 제거한 이후 새로운 모래로 뒤덮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 작업을 완성하는 데에만 최소 40분, 최대 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결국 이 날 목동 경기는 20분이 지연된 오후 6시 50분에 진행됐다.
▷ 올림픽 금메달, WBC 준우승에 대한 대가는 ‘전무’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4강,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에 빛나는 한국 프로야구의 현주소가 이렇다. 국제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들은 이렇게 척박한 그라운드에서 자기 몸 아까운 줄 모르고 뛰어다니고 있다.
선수들이 몸 바쳐가며 국민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선물한 만큼, 한국 야구 위원회(이하 KBO)에서도 야구장 시설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았어야 했음에도, ‘말’만 무성했을 뿐 이제까지 정말로 개선된 점이 없다. 아직까지 물을 제거하기 위해 스펀지가 등장하고 있는 현실은 부끄러울 따름이다.

야구계의 원로인 이용일 초대 KBO 사무총장은 지난 야구발전 토론회에서 “메이저리그의 버드 셀릭 커미셔너는 총재직을 수행하면서 29개의 야구장을 신설하거나 개-보수하는 데 힘썼다. 우리나라 역대 총재들은 일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군림했을 뿐이다. 그래서 해 놓은 것이 없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올림픽 금메달과 두 번의 WBC 직후 선수들이 얻은 것은 약간의 포상금과 2006 WBC 이후 병역면제 혜택뿐이다. 야구팬들이나 나머지 야구 선수들이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 이러한 국제무대 선전을 ‘지나가는 행사’로 치부해 버렸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야구발전 토론회 등을 통하여 돔구장 건립 작업이 구체화되고, 각종 유소년 구장 건립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프로야구 선수들은 배수 시설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야구장에서 자신의 몸을 날리고 있다. 대체 이러한 촌극을 우리 팬들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 KBO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 글, 사진 : 김현희 객원기자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기자(블로그 : MLBspecial.net)
- Copyrights ⓒ 야구타임스(yagootime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런 기사 엄청 많이 써서 확 뿌려주세요.
2009/07/03 09:32정말 지긋지긋한 현실입니다...
2009/07/03 20:36안타까울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