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위클리 이닝(inning.co.kr)] 랜들이 선릉역 계단에서 넘어지지 않았다면, 두산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랜들은 분명 2008 시즌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의 2008시즌 성적은 분명 예년에 비해 떨어졌다. 하지만, 두산에게 랜들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다른 선발 후보들이 모두 풀타임 선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4시즌을 뛰면서 49승을 거둔 랜들의 경험은 두산에게는 소중한 자산이었다.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감동적인 역투는 두산 팬들에게 랜들을 단순한 외국인 선수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여기에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이 9경기에서 5승 1패 평균 자책 2.44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그를 쉽게 내칠 수 없었다. 부진했던 2008년에도 두산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맞상대였던 SK를 상대로 평균자책 1.27을 기록한 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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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들을 보낼 수는 있었다. 초반에 부상으로 인해 빠지는 석 달은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랜들은 분명 작년에 하강곡선을 그리던 중이었고, 그가 부상에서 돌아온다고 해도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심정적으로는 랜들과 함께 하고 싶던 팬들도 현실 앞에서는 그를 떠나보내는데 동의했을지 모른다. 왓슨이 한국 야구와 거리가 있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던 상황에서 랜들마저 빠지면, 외국인 선수 없이 오랜 시간을 버텨야 했고, 그것은 쉽지 않다고 모두들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외국인 선수 없이 버티기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6월 이후 두산의 마운드는 드디어 붕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두산의 마운드는 6월까지 외국인 선수 없이 잘 버텼다고 할 수 있다. 세데뇨는 잘 웃고, 성실하기는 하지만, 애당초 기량이 부족한 선수다. 육성을 하겠다고 하지만, 그 말은 곧 올 해는 별반 도움이 될 수 없다는 뜻과 동일하다.

두산은 시즌 개막 후, 석 달 간 불펜의 힘으로 투수진을 지탱했다. 김선우와 김상현, 정재훈이 그럭저럭 선발진에서 버티면서, 지는 경기에는 불펜을 아끼고, 그 들이 5이닝을 잘 막아내면 불펜을 총 가동해서 승리를 지키는 형태로 경기를 가져갔다. 기존의 이재우, 임태훈에 이용찬과 고창성이 가세하면서 두산의 필승 계투진 ‘KILL’라인이 완성되었다. 그 결과는 현재까지의 안정적인 2위다.

SK의 전력이 작년의 그 강고한 모습은 아니기 때문에, 두산 팬들은 선발이 안정적이라면, 선두도 넘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다. 여기에 신예 홍상삼의 등장은 5월 들어 흔들리던 두산 선발진에 숨통을 열어줬다.

그러나 시즌 전 선발의 한 축이 되리라 예상했던 김명제의 부상으로 인한 이탈, 그리고 이어지는 부진으로 인해 선발진의 공백은 점차 더 길어졌다. 결과적으로 4선발 체제는 선발 투수들의 체력부담을 야기했다. 김상현의 체력 저하로 인한 구위 하락과 선발 투수들이 길게 이닝을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투수들이 다른 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등판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비어있는 5선발의 자리에는 많은 선수들을 테스트했다. 금민철, 진야곱, 김성배, 김명제, 세데뇨, 노경은까지. 급기야 정재훈의 부상 이탈로 인해 KILL라인의 핵심인 이재우를 선발로 돌리는 강수를 던졌다. 두산의 장점을 스스로 해체시킨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데뇨는 도저히 1군에서 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과거에 AA 수준의 투수들이 한국에서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이제 한국야구는 올림픽 금메달, WBC 준우승에서 입증한 것처럼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적응의 문제도 있겠지만, 지난 시즌 두산에서 실패했던 저스틴 레이어가 2009년 AAA에서 10승 투수로 군림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야구의 수준이 이제는 어지간한 수준이 아니고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두산은 랜들의 대체요원을 잘못 뽑았고, 실패로 돌아간 왓슨의 대체 선수를 필요로 했다. 그리고 그 결론이 니코스키였다. 팬들의 불만은 상당하지만, 이 결정이 번복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두산 프런트는 한국 야구를 체험했고, 일본에서도 뛴 경력이 있으며, 바로 실전이 투입이 가능하고, 적응기간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니코스키가 유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두산은 리오스의 성공 사례를 꿈꾸며 니코스키를 데려왔을 것이다. 다니엘 리오스는 2005년 KIA에서 5점대 평균 자책을 찍으며 부진했지만, 두산에서 화려하게 다시 부활했다. 넓은 잠실구장의 장점, 좋은 내야 수비 등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리오스는 부활했고, 두산의 에이스로 군림했다. 니코스키도 분명 SK에서의 성적은 좋지 않지만, 두산에서는 혹시나 싶을지도 모른다. 두산에서 잘 하는 선수가 드문 왼손 투수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리오스는 이미 KIA에서 실적이 검증된 선수였다. 2004년에는 그 해 최고의 투수 중의 한 명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성적을 기록했다. 2005년의 부진은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처방을 통해 치유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니코스키는 다르다. 그는 실적을 검증받은 적이 없다. 일본에서의 성과를 내세우지만, 일본과 한국은 다르다. 일본에서 잘 했다고 한국에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일본에서 이름을 날린 카도쿠라 켄이지만, 한국에서의 성적은 지극히 평범하다. 니코스키가 기록한 6점대 후반의 평균 자책과 2점에 육박하는 Whip(이닝당 출루허용율)은 평범한 수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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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적었다고 변명할 수 있다. 선발로 데려왔지만, 고효준, 전병두에 밀려서 구원으로 내려갔다. 고효준은 탈삼진 1위에 올라 있는 선수고, 전병두의 구위는 SK의 쌍두마차 김광현, 송은범과 견줘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니코스키는 운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원에서도 이승호, 정우람을 밀어내지 못했고, 등판 때마다 신뢰를 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SK 팬들이 그를 비난했던 것은 결과만 놓고 보면 당연했다. 태업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그가 등판에서 보여준 모습이 고의라고 볼 수 있는 소지는 적었다. 그리고 적어도 프로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등판 기회라도 최선을 다해서 살리는 것이 프로다. 비록 일본에서의 안 좋은 모습으로 인해 한국과의 인연이 끊어진 리오스지만, KIA를 떠날 때,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포수인 김상훈과 포옹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샀었다. 니코스키에게 그런 모습이 있었던가?

다시금 랜들로 돌아가자. 당시에는 어쩔 수 없던 결정이었다고 이해를 하지만, 막상 온 선수가 세데뇨와 니코스키라면, 왜 랜들을 방출했는가를 물을 수밖에 없다. 결과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산 구단에서 결과를 이렇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돈이 많이 든다면, 굳이 외국인을 두 명 쓸 이유는 없다. 홍상삼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기 때문에 좋은 선수 한 명만 데려와도 충분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두산은 매년 규정이닝을 채우면서 4시즌 동안 팀에게 49승을 안겨준 좋은 선발 투수를 잃었다.

랜들이 있었다면, 아마 지금쯤 1군에 복귀했을 것이다. 6월까지 정말 잘 버텨준 두산의 투수진에 그야말로 천금과 같은 복귀 소식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가 돌아왔다고 해서 반드시 호투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에서 검증받은 선수다. 랜들이 활약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랜들보다 더 많은 승리를 자기 팀에게 안겨준 선수는 단 한 명, 롯데의 에이스 손민한 뿐이다. 그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도 단 두 명, 손민한과 다니엘 리오스 뿐이다. 그런 랜들이기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 당시의 결정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나름대로 그 때의 결정은 감성적으로는 안타까워도 이성적으로는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 결정의 뒤를 이은 또 다른 결정들은 감성적으로는 헛웃음을 자아냈고, 이성적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결정들이었다.

니코스키의 영입은 그런 일련의 결정들의 완결판이다. 두산 팬들은 끊었던 니코틴을 다시금 꺼내 들었는지도 모른다. 니코스키가 나와서 볼질을 하면, 니코틴의 흡입량은 두 배가 될 수도 있다. 팬들은 제발 니코스키가 니코틴을 부르는 남자가 되지 않기를, 우리가 틀렸기를 바랄 뿐이리라. 그리고 지금 당장 두산 팬들은 슬프게도 그 때 왜 랜들은 거기서 넘어졌을까, 그저 선릉역의 계단을 원망할 수밖에 할 일이 없다.

// 위클리 이닝(inning.co.kr)
<사진 : 위-랜들(C)두산 베어스, 아래-니코스키(C)SK 와이번스>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기자(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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