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한국야구를 평정했던 ‘빅 보이’ 이대호(오릭스 버팔로스)에게도 낯선 일본 무대 적응은 역시 쉽지 않은 도전인 듯하다. 올 시즌 초반 좀처럼 뜨거운 방망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대호는 17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경기에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했으나 무안타에 그쳤다. 시즌 타율은 .222에서 .213(47타수 10안타)로 더 떨어졌다. 소속팀 오릭스는 0-2로 영봉패를 당하며 소프트뱅크전 4연패의 부진에 빠졌다.

그나마 볼넷을 2개 골라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기대했던 장타가 이날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개막 이후 13경기가 되도록 이대호는 홈런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오릭스가 이대호에게 2년간 계약금 2억 엔, 연봉 2억5천만 엔, 인센티브 3천만 엔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것은 거포 부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이승엽(삼성)의 국내 복귀 이후 대형 타자에 목말랐던 오릭스는 국내무대에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던 이대호에게 눈을 돌렸다.

하지만 이대호의 페이스는 생각보다 빨리 올라오지 않고 있다. 시범경기 때만해도 이대호는 느긋했다. 장타 부재에 대한 지적에서도 “아직 일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홈런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막상 시즌 개막 이후에도 좀처럼 장타가 터지지 않으면서 서서히 압박감이 느껴지고 있다. 적응기간임을 감안해도 매 경기 주전 4번 타자로 출장하는 것에 비해 영양가 없는 ‘똑딱이 타격’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야를 벗어나는 타구가 적고, 땅볼의 비중이 높다. 집요하게 낮은 공과 유인구로 승부를 걸어오는 일본 투수들의 패턴도 이대호에게는 걸림돌이다.

사실 여기에는 올 시즌 더욱 심화된 일본야구 특유의 투고타저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올 시즌부터 공인구 교체에 이어 사실상 스트라이크 존이 확대되어 투수들에게 크게 유리해진 반면, 타자들에게는 불리해졌다. 한국에서만 활약하다가 올해가 일본무대 데뷔 첫 시즌인 이대호가 느끼는 스트라이크 존의 체감상 차이는 훨씬 크다.

실제로 일본야구는 최근 영봉게임이 속출하고 있으며, 리그 전체의 홈런 수도 급감하고 있다. 이대호의 소속팀 오릭스도 개막 이후 10경기 연속 무홈런 경기로 팀 신기록을 세웠을 정도다. 중심타자들의 성적부진은 이대호만이 아니라 최근 일본프로야구의 공통된 고민이다.

냉정하게 말해 이대호는 아직도 일본야구의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히팅 포인트를 찾지는 못했지만 개막 이후 13경기에서 삼진은 7개를 당하는데 그쳤고, 볼넷은 늘어나고 있다. 장타는 터지지 않고 있지만, 끝까지 공을 지켜보고 커트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일본투수들의 유인구에 쉽게 현혹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신 과감한 스윙이 줄어들다 보니 아무래도 타이밍은 한 박자 늦을 수밖에 없다. 평균적인 제구력이 국내 투수들보다 뛰어난 일본 투수들은 아무래도 실투의 비중이 적고 공 끝의 무거움도 틀리다. 아직은 공을 맞추는 단계에 있는 이대호로서는 상대 투수들의 투구패턴을 읽고 볼배합을 간파하는데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이대호의 현재 소속팀이 오릭스라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승엽의 전 소속팀이었던 요미우리를 비롯해, 한신, 주니치같이 성적에 민감한 명문팀들이라면 외국인 선수의 부진을 오래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그러나 오릭스 오카다 감독은 지난해 이승엽의 사례에서도 봤듯 외국인 선수의 적응기간을 배려해줄 줄 아는 감독이다. 만일 이대호가 시즌 초반의 부진을 이유로 2군을 들락거리거나 했다면 일본야구 적응에 훨씬 더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타에 대한 압박감은 어쨌든 풀어야 할 숙제다. 섣불리 홈런을 의식하여 부담감을 느끼다가 오히려 타격 페이스가 더욱 흐트러진 위험도 있다. 그렇다고 팀의 4번을 맡고 있는 외국인 선수가 언제까지나 똑딱이 타격만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카다 감독도 지적했듯이, 아무리 코칭스태프가 배려하고 기다려준다고 해도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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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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