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2013년 3월에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벌써부터 대표팀 감독선임을 둘러싼 논의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국가대표팀 감독은 프로야구 전년도 우승팀 감독이 맡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2009년 제2회 WBC 당시 감독 선임을 둘러싸고 한 차례 내흥을 겪으며 더 이상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KBO에서 정해놓은 룰이다. 이로 인하여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2009년 KIA의 우승을 이끌었던 조범현 전 감독이 맡은바 있다.
하지만 소속팀을 맡고 있는 프로 감독들 역시 비시즌 동안 열리는 WBC 대표팀 참가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더구나 2~3월에 열리는 WBC는 각 구단들의 스프링캠프 기간과 일치한다. 한 시즌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팀의 최고책임자가 두 달 가까이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2006년과 2009년 제1,2회 WBC에서 연이어 사령탑을 맡았던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의 경우, 2회 WBC 당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었으나, 정작 소속팀 한화를 거의 돌보지 못했다. 그리고 한화가 그 해 꼴찌라는 성적에 그치자 김인식 감독은 재계약에 실패하고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대표팀을 맡는 것 자체도 부담이지만,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도 크다. 한국은 제1회 대회에서 4강, 제2회에서 준우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대표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가운데 후임 감독 입장에서는 잘해봐야 본전이고 못하면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올 시즌 우승팀 감독이 자연스럽게 내년 WBC를 맡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우승후보로 불리는 팀의 감독들은 벌써부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디펜딩챔피언 삼성 류중일 감독이 벌써 전임감독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는가 하면, 또 다른 후보로 꼽히는 KIA 선동열 감독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일회성인 프로 감독의 대표팀 겸임보다, 전임감독제가 지닌 장점은 숱하게 많다. 일단 시간을 두고 대표팀을 차근차근 조련할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며 엔트리 구성도 감독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지금처럼 예비 엔트리는 기술위원회가 구성하고, 나중에 선정된 감독이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을 마음대로 뽑지 못하게 되는 오류를 피할 수 있다.
국제대회가 많지 않은 야구의 특성상 전임감독제가 비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전임감독제가 반드시 상설화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국제대회를 앞두고 약 1년 전에만 전임감독을 선임해놓으면 충분하다. 경력과 실적 면에서 믿을만한 경륜을 지닌 베테랑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고, 현역 프로팀 코치들이 이를 보좌해주는 형식으로 코칭스태프를 구상하면 된다.
마침 현재 재야에는 프로팀 지휘봉을 잡고 있지 않으면서도 능력 있는 감독 출신들이 많이 있다. 앞선 두 번의 대회에서 연이어 지휘봉을 잡았던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전임감독제를 도입할 경우, 가장 유력한 감독 후보 0순위다. 풍부한 국가대표 지도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까지도 감독직과 KBO 기술위원 등을 역임하는 등 현장 감각도 살아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전임감독제가 이뤄질 경우, 적임자는 김인식 기술위원장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이끌었던 조범현 전 KIA 감독이나, 김재박 전 LG 감독 등도 대표팀 경력면에서 후보로 오를만한 인물이다. 맡고 있는 소속팀은 있지만,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이끌었던 김경문 NC 감독이나 ‘야신’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등도 뛰어난 경력을 지니고 있고, 당장 소속팀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WBC 감독 후보로 거론될만한 인물들이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인물이 시차는 있을지 몰라도 모두 2~3년 사이에 프로팀에 물러났던 것을 빗대어 ‘태극마크의 저주’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만큼, 영광스러워야 할 대표팀 사령탑은 이제 프로 감독들에게는 부담이 더 큰 자리가 되었다.
굳이 WBC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특정팀이나 특정 감독에게만 너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대표팀 운영은 이제 지양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전임감독제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