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코리언특급’ 박찬호가 마침내 한국프로야구 첫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먼저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엄연히 야구 역사에 남을 리그 공식 데뷔전은 바로 이날, 2012년 4월 12일 청주 두산 베어스전이었다. ▲ 모두가 그를 주목했다
이날 박찬호의 등판 소식이 알려지면서 청주구장은 시작 전부터 다소 들뜬 분위기에 휩싸였다. 기자들의 취재경쟁도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팬들은 카메라를 꺼내 들고 박찬호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한편, 조심스럽게 성적을 예상해보기도 했다.
사실 한화 구단은 경기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오히려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 팀이 개막 3연패 중이라 선수단이 사기가 떨어져있는 상태였고, 시범경기에서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박찬호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는 상태였다.
박찬호는 이날 경기장에 예상보다 일찍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쯤부터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기 시작한 박찬호는 베테랑답게 여유를 잃지 않았다. 박찬호가 나타나자 환호하는 관중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까지 지어보이기도 했다.
▲ 불안했던 출발, 그러나 녹슬지 않은 관록!
오후 6시 30분. 드디어 이날의 경기시작과 함께 박찬호가 마운드에 섰다.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순간, 뜻밖의 장면이 나왔다. 두산의 선두타자였던 이종욱이 경기시작과 함께 모자를 벗어 박찬호에게 인사를 한 것. 불혹의 나이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야구 대선배에 대한 후배의 경의의 표시였다. 박찬호도 이에 모자를 벗어 고개를 숙이며 화답했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초창기 시절, 심판들에게 인사하던 모습이 기억나는 순간이었다.
팬들 앞에서 첫 선을 보이는 무대인지라 어깨에 힘이 들어간 탓일까. 박찬호는 이종욱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다. 포수 신경현의 송구실책 이후 김동주에게 다시 볼넷을 내주며 2사 1,3루 위기를 맞이했으나, 최준석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초반 위기를 벗어났다.
2회부터는 박찬호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원석과 손시헌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고 용덕한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해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3회에는 고영민-이종욱-정수빈을 단 세 개의 공으로 처리하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역대 36번째 최소 투구 1이닝 퍼펙트 기록이기도 했다. ▲ 첫 승리의 기쁨, 그리고 박찬호의 미소...
한화 타선은 3회말 힘을 발휘했다. 1사 이후 이여상의 볼넷을 시작으로 4타자가 연속으로 안타를 집중하며 3득점을 올렸다. 해결사 김태균은 2타점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박찬호 도우미로 나섰다. 한화는 5회까지 5-0으로 리드를 잡으며 박차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타선의 지원을 등에 업고 6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박찬호는 7회 위기를 맞이했다. 최준석과 허경민에게 안타를 맞으며 1사 1,2루가 되자, 힘이 다소 떨어졌다고 판단한 한화 코칭스태프는 투수교체를 단행했다. 박찬호는 다소 아쉬운 기색을 지으며 마운드를 내려왔고, 팬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박찬호의 이름을 연호했다.
뒤이어 마운드를 물려받은 송신영이 고영민에 2타점 적시타를 맞아 앞선 주자들이 모두 득점, 박찬호의 무실점 기록은 중단되었지만, 이후 한화 타선이 다시 3점을 더 추가하며 경기는 8-2 한화의 승리로 끝났다. 박찬호는 국내 무대 첫 등판을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했다. 한화의 3연패 고리를 끊는 올 시즌 첫 팀 승리이기도 했다.
박찬호의 이날 기록은 6⅓이닝 동안 25타자를 상대하여 4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2실점, 투구수는 92개였고 최고구속은 149km/h를 기록했다. 박찬호는 “긴장도 많이 했지만, 꼭 이기고 싶었다. 3연패 뒤라 선수들 모두 이겨야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후배들이 많이 응원해줘서 큰 힘이 되었다. 고향의 팬들과 부모님,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승리를 거둘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