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봐야할 한국시리즈 매치업
[야구타임스 | 이준목] 모든 프로구단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이다. 팬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팀이 온갖 고비를 뚫고 마지막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장면을 상상한다.
기왕이면 드라마틱한 과정이 있으면 더욱 좋다. 절체절명의 고비에서 라이벌을 극적으로 꺾고 멋지게 우승하는 장면은 모든 팬들이 한번쯤은 꿈꾸는 시나리오다. 뉴욕 양키스 vs 보스턴 레드삭스(MLB), LA 레이커스 vs 보스턴 셀틱스(NBA), 레알 마드리드 vs FC 바르셀로나(스페인 축구), 한국 vs 일본(국가대항전) 등의 매치업이 결승전에서 성사되는 것보다 팬들을 흥분시키는 이벤트는 없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팬들이 죽기에 한번쯤은 봐야 할, 혹은 다시 보고 싶은 빅매치들이 많이 있다.
▲ KIA 타이거즈 vs 삼성 라이온즈
한국 프로야구판 양키스 vs 레드삭스로 불리는 클래식 매치, 각각 영호남을 대표하는 야구명가이자, 사자와 호랑이로 대표되는 마스코트도 라이벌 구도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KIA 타이거즈는 해태 시절 포함 국내 프로팀 중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진출시 100% 우승과 10회 정상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며 최고 명가의 자부심을 간직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는 200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21년만에 정상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최근 10년 동안 4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며 KIA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아직 KIA에 뒤지지만, 정규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역대 1위(2,011승)로 유일하게 2천승 고지를 돌파했다. 삼성 사령탑으로 2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최근에는 친정팀인 KIA 사령탑으로 복귀한 선동열 감독의 존재도 양팀의 경쟁의식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KIA와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3번 맞붙었고 모두 KIA가 이겼다. 1986년과 87년, 93년에 삼성은 번번이 해태 왕조의 벽에 무릎을 끓어야했다. 결과적으로 호랑이만 아니었다면 사자의 한국시리즈 무관 행진은 좀더 일찍 끝났을 것이다. 특히 1993년은 전설로 남은 박충식의 15회 완투와 이종범-양준혁의 레전드 신인 대결 등 유난히 볼거리가 많았던 명승부였다.
▲ LG 트윈스 vs 두산 베어스
한 지붕 두 가족, 잠실 라이벌로 불리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오랜 역사가 무색하게 정작 한국시리즈에서는 아직까지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다. 양팀의 전성기가 미묘하게 엇갈려 한 팀이 우승권에 근접했을 때는 다른 한 팀이 하위권을 맴도는 구조가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양팀이 함께 가을잔치에 동행했던 것은 불과 4번(93, 95, 98, 2000년)뿐이고, 포스트시즌에서 맞대결을 펼친 것도 3번으로 시리즈 전적은 LG가 2승 1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두 팀이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1995년은 역대 페넌트레이스 최고의 명승부로 기억된다. 두산은 정규시즌 상대전적에서는 LG에 6승 1무 11패로 밀렸으나, 막판 폭발적인 상승세에 힘입어 LG를 반게임 차로 밀어내고 극적인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LG가 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양팀의 한국시리즈 맞대결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양팀이 포스트시즌에서 만난 것은 2000년이 마지막이었고, LG가 2002년을 끝으로 더 이상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르지 못하여 양팀의 가을잔치 인연은 10년째 끊어지고 있다. 두 팀이 만일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다시 만난다면 홈-어웨이 구분이 없는 진정한 한 지붕 한국시리즈가 성사되는 것이다.
▲ 삼성 라이온즈 vs 롯데 자이언츠
가까운 동네라고 해서 사이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같은 영남권이지만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삼성과 부산-경남의 맹주를 자처하는 롯데는 만났다 하면 철천지원수보다도 더 살벌한 혈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과거엔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라도 되면 양팀 선수들이 피차 ‘상대 홈구장을 가기 전에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도부터 했다는’는 믿거나 말거나 한 전설이 있을 정도다.

삼성과 롯데는 한국시리즈에서는 딱 한번 맞붙었다. 근데 바로 이 대결이 바로 그 유명한 전설의 ‘최동원 시리즈’였다. 삼성은 당시 고의 패배 파문을 불러일으키며 만만한 상대였던 롯데를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골랐는데, 정작 한국시리즈에서는 최동원이 눈부신 역투를 펼치며 홀로 4승을 쓸어 담는 기염을 토하면서 롯데에 창단 첫 우승을 선사하는 반전을 일으켰다.
한국시리즈 맞대결은 아니었지만 1999년 플레이오프 대결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시리즈도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였는데, 롯데는 4차전까지 1승 3패로 열세를 보였으나 이후 3연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시리즈를 뒤집었다. 롯데는 3-5로 뒤지던 7차전 9회초 임수혁의 동점 2점포로 경기를 연장으로 몰았고, 결국 11회 연장 끝에 한국시리즈 티켓을 얻었다. 이 대결은 한국시리즈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긴 역대 최고의 포스트시즌 명승부로 기억된다. 그러나 이후 롯데는 한국시리즈와 더 이상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 롯데 자이언츠 vs LG 트윈스
2000년대 초반에는 KIA까지 포함하여 ‘엘롯기 동맹’을 형성하며 프로야구 하위권을 독점하기도 했고, 양팀의 맞대결을 가리켜 ‘엘꼴라시코’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두 팀 역시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적은 아직 없다. 앞선 팀들에 비하면 전통적인 라이벌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양팀의 대결에는 선수들보다 오히려 팬들간의 미묘한 동질감이 녹아있다.
두 팀에 있어서 가장 공통적인 연결고리는 나란히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오랜 시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팀 1,2위라는 점이다. 양팀의 우승기록은 모두 2번째와 90년대에 멈춰져 있다. 롯데가 1992년 우승을 끝으로 올해까지 무려 20년의 세월이 지났고, LG가 94년 우승을 끝으로 18년의 세월이 흐르며 그 뒤를 잇고 있다.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도 롯데가 99년, LG가 2002년이니 모두 강산이 한번 바뀔 세월이 넘었다. 더구나 LG는 한국시리즈는 고사하고 가을잔치에 올라가 본지도 10년째가 되니 그야말로 눈물(+하품)없이는 볼 수 없는 세월이었다.
두 팀이 만일 한국시리즈에서 만나는 순간이 온다면, 맞대결의 긴장감은 잠시 접어둔 채 팬들이 함께 ‘엘롯기판 애국가’로 부르던 송대관의 <유행가>를 합창하는 시간이 오지 않을까.
// 야구타임스 이준목[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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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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