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김홍석] ‘아마 최강’ 쿠바는 과연 강했다. 반대로 멕시코 투수진은 지쳐있었다. 13일(이하 한국시간) 벌어진 쿠바와 멕시코의 B조 1위를 결정짓는 순위결정전은 7회 말에만 9점을 얻는 등 타선이 폭발한 쿠바의 16:4, 7회 콜드 승으로 끝났다.

경기 초반의 분위기는 오히려 멕시코가 더 좋았다. 1회말 1점을 먼저 허용했지만, 3회에 솔로 홈런 2방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3회말 동점을 허용한 후에도 4회초에 1점을 더하면서 또다시 앞서나갔다.

경기가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한 것은 5회말, 쿠바는 율리에스키 구리엘의 홈런을 포함한 5안타 1볼넷을 묶어 대거 5득점에 성공한다. 전의가 한풀 꺾인 멕시코는 5회초 카림 가르시아의 솔로 홈런으로 1점을 따라갔으나, 쿠바 타선은 7회말 홈런 2방을 포함한 안타 7개와 사사구 2개를 모두 점수로 연결시키며 9득점, 단숨에 굿바이 콜드게임으로 경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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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승 2패로 1라운드를 마감한 멕시코 ⓒworldbaseballclassic.com

지난 3경기(23이닝)에서 21점이나 내준 멕시코 투수진은 지쳐있었고, 하루를 쉰 쿠바 투수진은 주력 투수들을 기용하지 않고도 3경기에서 37점을 뽑아낸 멕시코 강타선을 단 4점으로 묶었다. 쿠바는 조 1위를 확정 지으면서 16일에 예정된 본선 첫 경기에서 일본을 상대하게 되었고, 패한 멕시코는 A조 1위인 우리나라와 시합을 갖는다.

예선을 치르는 동안 멕시코가 보여준 모습은 그야말로 ‘도깨비팀’이라는 별명이 어울릴 정도다.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17-7의 8회 콜드게임 패를 당하더니, 패자전에서는 남아공을 14-3으로 제압, 이어진 최종진출전에서는 또 다시 만난 호주에게 16-1로 6회 콜드게임 승을 거두며 일전의 패배를 고스란히 갚아주었다.

2번의 콜드게임급 승리와 2번의 콜드게임 패배, 매 경기마다 극과 극의 경기내용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 팀이 10점 이상을 낸 시합은 모두 7경기, 그 중 4경기가 멕시코와 관련이 된 경기였다. 두 번은 자신들이 냈고, 두 번은 상대에게 허용했다.

4경기에서 기록한 12홈런 41득점과 52피안타 37실점은 모두 16개 출전국 가운데 최다다. 가장 많은 점수를 얻고 많은 점수를 허용했다. 콜드게임이 3번이나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투수진은 29.1이닝만 소화했을 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고의 타선과 최악의 투수진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멕시코 타선의 힘은 2경기에서 3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면서 쿠바의 프레드리히 세페다(3홈런 6타점)과 더불어 홈런 부문 공동 선두로 올라선 카림 가르시아(3홈런 5타점)와 메이저리그의 골드글러브 1루수 애드리언 곤잘레스(2홈런 7타점), 호르헤 칸투(1홈런 5타점)로 이루어진 막강 중심타선에서 나온다. 2번 타자인 오스카 로블스(2홈런 3타점)와 6번 스캇 헤어스턴(1홈런 5타점), 7번 호르헤 바즈케즈(1홈런 5타점)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멕시코를 상대함에 있어 가장 신경 써야할 것은 그들의 타선을 철저하게 봉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사실 멕시코의 타선은 호주와 남아공이라는 비교적 약체 팀을 상대로 30점이나 뽑는 바람에 다소 과대포장 되어있을 뿐, 쿠바와의 경기에서도 드러났듯이 한 수 위의 투수진을 상대할 때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쿠바는 본선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팀 내 정상급 투수들은 등판시키지 않았다.

한국 투수진은 김광현 등이 예상 외로 난타당한 일본과의 승자전을 제외하면 3경기 동안 단 1점도 허락하지 않았다. 쿠바가 주력을 제외하고도 7이닝 동안 4득점으로 막은 멕시코를 상대로 그 이상의 점수를 줄 이유가 없다.

타선은 몰라도 투수력만큼은 우리나라가 쿠바에 비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멕시코 타선이 우리 투수들을 상대로 득점에 성공할 확률 보다는, 우리 타자들이 멕시코의 허약한 투수진을 상대로 대량 득점에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다.

또한 경기가 펼쳐지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인 펫코 파크는 메이저리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라는 점도 우리나라를 향해 웃어주는 요소다. 샌디에이고 소속인 애드리언 곤잘래스는 지난해 홈(14홈런 49타점 .247)과 원정(22홈런 70타점 .308)의 성적편차가 엄청났다. 때문에 점수쟁탈전 보다는 투수전이 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승산은 멕시코보다는 우리에게 있다.

제1회 대회에서도 한국은 메이저리거들이 포진한 멕시코를 1실점으로 묶은 바 있다. 1회말 이승엽의 홈런으로 얻은 2점을 서재응(5.1이닝 1실점)이 지키면서 승리를 거뒀고, 박찬호가 9회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세이브를 챙겼다.

그때만큼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는 장담은 못 하겠지만, 타자들이 점수를 얻는 것도 그 당시보다는 훨씬 수월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수의 조화를 이룬 쿠바보다는 멕시코가 좀 더 편한 상대인 것이 분명하다.

한국과 멕시코의 본선 첫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16일 정오에 열리며, 일본과 쿠바는 그 보다 7시간 앞선 오전 5시에 시작된다.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선전을 기대한다.

// 김홍석 기자(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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