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김홍석] “의문의 여지가 없다. J.A. 햅(26)과 박찬호(36)가 필리스 5선발 경쟁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다”

12일(이하 한국시간) 벌어진 시범경기 결과를 전하는 필라델피아 공식 홈페이지의 기사는 위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사실이다. 5선발을 노리는 4명의 선수가 스프링캠프에서 3번째 등판을 마친 시점에서 선수들 간의 명암이 확실하게 갈리고 말았다.

박찬호는 12일 구단의 자체 연습경기에 등판해 3이닝 동안 1실점했다. 피안타는 2개였으며 탈삼진은 3개를 잡았다. 팀 내 주축 타자들이 대부분 공식 시범경기를 치르러 간 사이에 벌어진 경기라 팀 내 마이너리거들을 상대로 한 결과였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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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켄드릭 ⓒ필라델피아 공식 홈페이지

같은 날 벌어진 팀의 공식 시범경기에 등판한 또 다른 5선발 후보 카일 켄드릭(24)이 3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안타를 내주고 8실점하며 무너진 것과는 확실히 대조적이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전에 선발 등판한 켄드릭은 빅리그 출장 경험이 25경기에 불과한 상대 포수 클린트 새먼스에게 2개의 홈런을 허용하는 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이로써 필리스의 5선발 경쟁은 지난 8일 디트로이트 전에서 3이닝 동안 탈삼진 7개를 잡아내는 위력투를 과시한 J.A. 햅과 박찬호의 2파전으로 사실상 좁혀졌다. 또 한 명의 후보인 카를로스 카라스코(22)는 지난 9일의 애틀란타 전에서 2이닝 동안 6피안타 5실점(3자책)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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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는 공식적인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의 등판 결과만 합산한 것이다. 때문에 켄드릭이 미국 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2.2이닝 동안 4실점한 것과 박찬호의 연습경기 등판 기록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두 경기의 기록을 합산하면 켄드릭은 8.1이닝 13실점이 되고, 박찬호는 10이닝 3실점이 된다.

이대로라면 22살의 카라스코는 당초 예정대로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한 후 내년 시즌의 로테이션 합류를 준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켄드릭도 사실상 후보에서 탈락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경쟁자가 노장인 박찬호 한 명이라면 모를까, 비슷한 나이의 햅이 존재하는 한 켄드릭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제는 36살의 우완 박찬호와 26살의 좌완 햅. 이 두 명 중 한 명이 최종 5선발로 낙점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필리스는 확정된 4명의 선발 투수 가운데 2명(콜 하멜스, 제이미 모이어)이 좌완이다. 금지약물 양성 반응으로 50경기 출장정치 처분을 받은 셋업맨 J.C. 로메로도 좌완이다. 선발진에는 충분한 수의 왼손 투수가 확보되어 있으나, 불펜에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필리스의 아마로 단장이 박찬호를 영입했을 때, 팬과 지역 언론이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이유도 ‘필리스에 당장 필요한 것은 좌완 셋업맨이다’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필리스 불펜진의 주축을 이룬 선수들은 로메로를 제외하면 모두 우완이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박찬호를 선발로 내세우고 햅을 좌완 롱릴리프로 기용하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 이미 충분한 우완 불펜진에 박찬호까지 추가하는 것 보다는, 그를 선발로 기용하는 편이 박찬호를 200만 달러를 주고 데려온 아마로 단장의 체면을 세워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문제는 햅이 구원투수로 뛰어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줄곧 선발투수로 훈련받아 왔고,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지난해에도 4경기에 선발 출장해 좋은 피칭(방어율 2.28)을 선보인 바 있다. 젊은 유망주에 대한 팬들의 기대도 큰 편이다.

좌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경험 없는 젊은 투수를 불펜으로 돌릴 것인가, 아니면 좌우 균형이 무너지더라도 구원투수로의 경험이 있는 베테랑을 불펜으로 돌릴 것인가. 바로 이것이 필리스 코칭스태프진의 고민이다.

쉽지 않아 보이는 이 선택의 끝에 웃는 자는 박찬호가 될까 햅이 될까. 그 결과는 남아 있는 3주간의 시범경기 결과를 통해 드러나게 될 것이다.

// 김홍석 기자(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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