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김홍석] 처음으로 맛 본 콜드게임 패배의 쓴맛을 되갚아 주겠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드러난 경기였다. 특히 투수진의 분전이 눈부셨다.

선발 봉중근과 더불어 정현욱-류현진-임창용으로 이어진 특급 계투진은 일본의 강타선을 상대로 단 1점도 허용하지 않고 1:0의 짜릿한 승리를 만들어냈다. 그 흔한 볼넷 하나 허용하지 않은 완벽한 피칭이었다.

드게임의 패배도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만, 야구에서 가장 스릴 넘치는 스코어는 역시 1:0이라는 점수다. 타선에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배한 일본이 느끼는 충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 봉타나, 도쿄돔을 지배하다

6회 원아웃까지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더군다나 이치로를 상대로 3번 모두 땅볼로 잡아내는 완벽한 피칭. 이 이상의 호투는 있을 수 없다 싶을 정도로 봉중근은 맘껏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봉중근의 호쾌한 투구는 콜드게임 패배로 상처 입었던 한국 야구팬들의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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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의 주역 봉중근 ⓒworldbaseballclassic.com


일본 타자들은 이틀 전 자신들이 무너뜨렸던 김광현과는 또 다른 스타일의 좌완인 봉중근의 투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철저히 농락당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라는 큰물에서 놀아본 경험이 있는 봉중근은 과감하고 자신감 넘치는 피칭으로 후속타를 봉쇄하며 경기를 지켜보는 코칭 스태프와 팬들에게 신뢰를 느끼게 해주었다.

중근의 호투로 인해 한국은 두 가지를 얻었다. 첫 번째는 콜드게임의 아픔을 영봉패로 되갚아 주면서 본선에서 또 다시 만나게 될 지도 모르는 일본에게 '여전히 한국은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김광현이 쉽게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마당에 봉중근이 류현진과 윤석민에 이은 또 한 명의 확실한 선발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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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에서는 일본과 더불어 쿠바와 멕시코 등의 큰 대회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과 상대하게 된다. 일본전에서 얻은 봉중근의 자신감은 메이저리그 경험과 어우러져 본선에서 큰 활약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반갑다.

어도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봉중근의 피칭은 ‘봉타나’라는 별명의 유래이기도 한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의 좌완 에이스인 요한 산타나(뉴욕 메츠)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이었다.


▶ 과제로 남은 미숙한 주루 플레이

전날 중국전에서도 박경완과 3루 주루코치 류중일이 충돌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을 연출했던 대표팀은 일본전에서도 여러차레 주루 미스를 범하며 찜찜함을 남겼다. 이는 본선이 시작되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만 할 필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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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초 김태균의 안타 때 정근우가 3루에서 아웃된 것은 일본 외야수 아오키의 수비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쳐도 이용규의 타석에서 무리한 리드를 가져가던 김태균이 2루에서 견제사를 당한 것은 명백한 실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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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박경완의 땅볼 타구 때는 이용규가 1루로 돌아오다가 횡사하며 찬스가 무산되었고, 7회초에는 무사 2,3루의 찬스에서 주루 플레이의 미숙함이 원인이 되어 단 한 점도 뽑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로 나타나고 말았다. 무사였기 때문에 굳이 뛸 이유가 없었던 김현수는 홈 근처도 가보지 못하고 아웃됐고, 뒤늦게 스타트를 끊은 김태균은 3루에서 횡사하고 말았다.

차적인 책임은 결정적인 찬스에서 더블 플레이성 땅볼 타구를 때린 이대호에게 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무사 주자 2,3루였다는 점에서 3루 주자인 김현수가 조금만 지혜롭게 플레이 했다면 상대 수비수를 묶어 두며 타자 주자까지도 살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었다. 못해도 1사 2,3루의 찬스가 이어졌어야 하는 상황이, 단숨에 2사 1루로 바뀌는 최악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 부분은 경기의 결과와 관계없이 대표팀이 진지하게 반성해야 할 문제다. 중국전에 이어 주자들을 능숙하게 컨트롤하는 데 실패한 류중일 코치도 예외는 아니다. 타자들이 적시타를 때리지 못하는 것은 상대 투수를 칭찬할 수도 있지만, 주루 플레이의 미스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실책이라는 점에서 그 성격이 다르다.


▶ 훨씬 수월해진 본선 2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순위결정전이 열리기 몇 시간 전, 본선 2라운드 1조에서 우리나라와 한 조에 편성될 B조의 경기가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하나의 큰 이변이 일어났다.

쿠바는 예상대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8:1로 손쉽게 제압하고 승자전에 올랐지만, 멕시코는 한 수 아래인 호주에게 충격적인 17:7의 8회 콜드패를 당하면서 패자부활전으로 떨어져버린 것이다. 여전히 회생의 기회가 남아 있긴 하지만, 8강의 일각이라던 멕시코가 예선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한국에게 예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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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벌어질 승자전에서 쿠바는 호주를 물리치고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멕시코가 패자부활전을 통과하여 최종진출전에서 호주마저 꺾고, 쿠바와 순위결정전에서 만난다 하더라도 이미 만신창이일 그들이 승리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 B조의 1위는 쿠바가 차지할 확률이 매우 높고, 2위는 아직 미지수이긴 하지만 멕시코나 호주 두 팀 가운데 한 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 최강' 쿠바보다는 멕시코가 상대하기 편한 것이 사실이고, 만의 하나 호주가 올라오기라도 한다면 우리나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한 B조의 최종진출전과 순위결정전은 12,13일에 벌어지기 때문에 그 두 경기에서 50구 이상 던진 투수들은 16일에 예정되어 있는 우리나라와의 첫 경기에 등판할 수 없다. 이것은 일주일의 휴식이 기다리고 있는 우리나라가 승리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마터면 또 다시 패하여 자존심만 상하고 별다른 실속도 없는 경기가 될 수도 있었으나, 투수들의 호투로 승리를 거두며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했고, B조에 예상치 못한 파란이 일어난 덕분에 예상치 못한 실리까지 챙겼다. 거기에 30만 달러라는 예선 우승 상금까지. 이 보다 더 값진 승리란 있을 수 없다.


틀 만에 패배를 설욕한 한국 대표팀은 이제 본격적으로 본선 2라운드 준비에 돌입하게 된다. 일본전의 승리는 2라운드를 향한 자신감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미 올림픽에서 두 번이나 이긴 쿠바와의 경기도 얼마든지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욕적인 패배에도 주눅들지 않는 선수들의 투혼과 승리를 향한 끊임없는 열망은 또 다시 한국 야구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말았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한다.

// 김홍석 기자(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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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Daum 스포츠 해외야구 섹션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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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 WBC # 일본에게 완봉승을 거둔 대한민국 대표팀!

    Tracked from 붓꽃이 만개한 언덕에서 아이리스의 서정적인 오후  삭제

    2009 WBC 아시아라운드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봉중근의 맹활약과 효과적인 계투로 김태균이 뽑아낸 점수를 잘 지켜내며 일본에게 1:0 완봉승을 거두며 이틀 전에 당한 패배를 설욕했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다소 미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엊그제 당한 콜드게임패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일본을 압박했고, 결국 기분좋은 승리로 본선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으로 끝은 아닙니다. 미국에서 벌어질 본선에서는 미국, 도미...

    2009/03/09 23:19
  2. WBC 한일전 우리선수들 너무해~

    Tracked from 뒷골목인터넷세상  삭제

    역시 스포츠에서 승리는 기분좋은 것입니다. 14점 콜드게임으로 패한지 이틀만에 완봉으로 승리를 따내는 한국대표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십년먹은 체중이 파악 뚫리는 느낌입니다. 이와중에 더욱 값진 승리의 기쁨을 배가시킬 수 있는 방법은 일본현지반응을 몰래 읽어 보며 그들의 한탄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거니와 뛰어난 야빠 네티즌들의 말빨쇼에 녹아드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그럼 오랜만에 유치하게 승리의 즐거움속으로 함 빠져들어 보실까요..

    2009/03/09 23:31
  3. WBC 한일전 재격돌, 1-0이지만 통쾌한 승리!

    Tracked from Field Of Dreams  삭제

    14-2의 충격적인 콜드패를 당한지 이틀만에 일본에게 조 2위라는 선물을 안겨주며 일본에게 당한 수모를 그대로 되갚아 주었네요! 스코어가 1-0인게 좀 아쉽지만.. 우리 팀의 크고 작은 주루플레이 미스로 좀 더 점수를 뽑지 못한 것이.. 일본에겐 더욱 치욕일 겁니다. 우리 팀이 이래저래 삽질했음에도 불구하고 1점를 내지 못해 완봉패했기 때문이죠. 게다가 우리 팀이 여러차례 찬스에서도 보내기번트 대신 강공을 선택하고.. 이치로가 1루에 주자로 나갔음에..

    2009/03/09 23:42
  4. WBC 한일전을 보다가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Tracked from MooZine  삭제

    WBC 한일전을 보는 내내 긴장하였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1:0 이라는 스코어가 주는 압박감도 아니었고 긴장감에 손에 땀이 차서 그런 것도 아니다. 다만 손발이 맞지 않는 느낌의 경기였기 때문이다. 이기든 지든 본선 진출이 확정 되어 있었지만 야구를 보는 내내 야구의 기본을 잊은 프로선수들의 모습은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한일전 1차전에서는 병살타로 처리해야 할 것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고 결국 7회 콜드패라는..

    2009/03/10 00:36
  5. 봉중근이 멋있던 까닭

    Tracked from 지후아타네호의 에세이  삭제

    충격적인 콜드패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씼을 수 있었던 어제 WBC 일본전. 무엇보다 기분 좋았던 것은 일본에게 단 한 점도 허용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덕분에 도쿄돔을 가득 채운 수만의 일본 관중들은 9회말 내내 희망고문만을 당한 채 단 한 점 차의 패배를 직접 지켜봐야만 했다. 보리 보리 쌀 게임이 떠올랐던 경기. 매번 일본은 우리나라의 주먹을 덥썩 잡았지만 이를 약올리기라도 하듯 아홉번 내내 우리나라는 '보리' '보리'를 반복할 뿐이었다. 꿈틀꿈틀..

    2009/03/1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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